국민의당이 ‘20% 현역 의원 교체’ 원칙을 포함한 공천관리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내부 갈등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호남 물갈이를 주도해온 천정배 공동대표와 호남 의원들 간 감정의 골은 깊어가고 수도권과 호남 출마자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출마 지역 등을 정리할 지도부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아 상황은 꼬여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29일 공천관리 시행세칙을 마련해 현역 의원 공천 배제(컷오프) 비율 20%를 명시하고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 25%를 부여하기로 했다. 공관위는 늦어도 13일 이전에는 지역별 전략공천 여부나 숙의배심원단, 숙의선거인단, 여론조사 등 경선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천관리위원회는 3월 1일부터 인천 지역을 시작으로 예비후보자 면접도 진행한다.
이 같은 방침은 사실상 소속 의원 17명 중 11명이 포진한 호남 의원들을 대거 신인들로 교체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의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면서 광주의 물갈이 요구는 거세졌다. 공관위는 천 대표의 주장대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숙의배심원단을 통해 광주 지역을 일괄 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광주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광주 의원은 “천 대표가 현역 의원을 데려와 봤느냐, 수도권의 선거 대책을 내 봤느냐”며 “우리는 신인 가점을 인정하고도 경선하겠다고 했는데 전략공천과 컷오프를 운운하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호남 대 수도권 출마자 간 갈등 양상도 보이고 있다. 아직은 현상 유지만 해도 당선권에 있는 호남 출마자들과 신당 바람을 일으켜야 할 수도권 출마자들의 상황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병호 의원 등 수도권 출마자 28명은 이날 성명에서 “경륜 있는 우리 당의 현역 의원들이 호남지역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 수도권 바람을 일으킬 장수가 돼야 한다”며 “지도부부터 작은 기득권이라도 내려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 등 호남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와 함께 보통국민 비례대표제, 국회의원 세비 인하 등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정책을 촉구한 것이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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