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규제개혁 위한 3가지 테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박상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박상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정부가 규제 개혁에 팔을 걷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의 의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더 결연해 보인다.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경제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청년 실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럴 때는 화끈하게 돈을 풀어서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하지만 이미 늘어난 복지 지출로 재정 투자 여력이 없어 보인다. 가계부채 규모도 120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하니 민간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돈이 들지 않는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즉 법령 개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서 규제로 묶여 있던 ‘경주마(기업)’들을 힘차게 달리게 하는 것이다. 규제 개혁은 단순히 기업이나 개인의 불편을 해소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생존 전략이자 이를 실현하는 마지막 수단이 됐다.

규제 개혁이 어려운 건 모든 규제에 각각 ‘어미’ ‘아비’가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부모’는 바로 ‘안전’ ‘환경’ ‘질서’ ‘경제적 약자 보호’와 같은 국정의 또 다른 가치다. 규제 개혁을 위한 각론에 들어가면 이 부모들이 나타나 제 자식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려고 하게 된다. 규제 혁파만이 살길이라던 절박한 위기의식이 모호해지고 개별적인 가치보호와 이해관계만 남아 그들의 자식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런 형편이니 규제개혁 작업은 합목적성 잣대가 아닌 도구적 타당성에 입각해서 실시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 이를 위해 실천적 방안에 해당하는 세 가지 테스트를 제언해본다. 이 세 가지 테스트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는 규제는 반드시 폐지되거나 이해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첫 번째 테스트는 해당 규제가 현실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가 하는 ‘수용 가능성’ 테스트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를 가진 규제라 하더라도 보통사람(기업)들이 그 규제를 지키며 생활(영업)할 수 없다면 그 규제는 현실 여건과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당사자들의 준법정신과 이를 감시해야 할 행정 당국의 능력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규제는 당초의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탈법, 불법자만 양산하고 제대로 된 기업 활동을 못하게 한다.

두 번째는 ‘대체 가능성’ 테스트다. 기술 진보에 따라 행정 능력이 발달하고, 시민들의 준법정신도 향상돼 규제 당시와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종전에는 없었던 유사 제도가 새로 생겼을 수도 있다. 어떤 행위를 금지하기보다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부담이 적은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

세 번째는 ‘국제 비교’ 테스트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특정한 규제가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했으나 현재는 폐지(완화)된 제도라면 그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규제 개혁이 속도를 내고 그 성과로 경제가 나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총론적 당위성 차원의 논의에 머무르지 말고 도구적 판단기준을 정립해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규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상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규제개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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