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운동부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 대신 모든 국민이 통합 체육회 회원인 시대가 열릴 겁니다.”
안양옥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장(59·사진)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학창 시절 핸드볼 선수였던 안 위원장은 서울교대 교수(체육교육학)로 현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교총 회장실에서 만난 그는 “통합 체육회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학교 체육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 체육’을 담당해 온 국민생활체육회는 27일까지 통합 ‘대한체육회’로 거듭나게 된다.
○ “모두를 위한 스포츠”
안 위원장은 “이전까지는 학교 체육도 엘리트 체육을 대변하는 운동부와 생활 체육을 대변하는 스포츠클럽으로 나뉘어 있는 양상이었다. 앞으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스포츠클럽으로 일원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학교 울타리 안에서는 모든 학생을 위한 체육 수업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운동만 하는 운동부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부 미봉책일 뿐이었다. 앞으로는 모든 학생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운동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1종목 이상 체육활동에 참가한 학생은 387만8938명에 달한다. 팀도 20만 개 가까이 된다. 앞으로는 이런 팀을 수준에 따라 디비전으로 나눈 뒤 대회를 치르고 엘리트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은 학교 바깥으로 나가 전문 스포츠클럽에서 따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안 위원장은 “이런 학교 체육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나는 운동을 잘한다, 못 한다’가 아니라 ‘한 가지 운동에는 자신 있다’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부터는 무상 급식을 할 게 아니라 무상 스포츠 복지를 해야 한다. 미국 같은 스포츠 선진국은 이미 사회 취약 계층에 많은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모든 국민을 위한 체육은 학교 체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게 통합 체육회의 의미를 국민들께 돌려드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TV 스포츠 뉴스가 5분 정도였는데 이제는 15분 정도로 늘어났다. 그만큼 우리 국민 삶 속에 체육이 깊숙이 들어왔다. 100세 시대를 맞아 스포츠 복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재는 승리지향적인 문화 때문에 일반 국민과 체육인들이 따로 떨어져 훈련하고 활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는 체육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모든 국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다른 분야 통합으로 이어지길…”
두 단체의 통합 단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지난달만 해도 한 치 앞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달 15일 열릴 예정이던 통합 체육회 발기인 대회는 전체 통준위 위원 11명 중 5명만 참석해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통합 절차가) 급물살을 탈 때도 있었고 파행을 겪을 때도 있었다.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전향적인 협력과 양보를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시대적 분위기가 갈수록 융합과 통합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통합을 이룬 분야는 많지 않다. 체육 분야 통합이 각 분야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촉발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총 회장이 왜 통합준비위원장을 맡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아우르는 중간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대 교수로서 학교 체육과도 밀접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모든 사안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총 회장으로 6년간 뛰면서 새로운 교육의 프레임과 틀을 늘 고민해 왔다. 체육에서도 새로운 철학과 정체성을 세우고 싶어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했다. 통합을 이뤄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모든 국민을 위한 체육정책의 청사진을 통합 체육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 회장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계속 체육회 발전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이번 통합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다거나 치우쳐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모든 체육인이 하나가 되어 빗장을 열고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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