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9일 ‘세기의 대국’]
AI석학 토마소 포조 美 MIT 교수가 본 인공지능 현주소
《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벌이는 세기의 바둑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쏠리고 있지만 이런 관심은 한국이 AI산업 선진국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은 기존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화두인 AI 분야에서 조연에 그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대국을 계기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토마소 포조 교수(사진)를 포함해 해외 석학들을 인터뷰하고 국내외 AI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적극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해 이상하다.”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토마소 포조 교수(69)는 7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AI 분야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AI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조 교수는 “한국의 전반적인 AI 수준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캐나다 러시아 다음 수준으로 대략 80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이 AI산업에 있어선 한국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
1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개최하는 ‘인공지능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할 예정인 포조 교수는 사물을 인식하는 ‘인지 컴퓨팅’과 뇌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일찍부터 주변의 사물을 인지해 지식을 쌓는 인간 뇌의 원리를 연구했던 그는 20년 전 세계 최초로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거리의 보행자를 인식하는 기술도 그가 개발한 것이다.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는 자율 주행 자동차는 이 기술이 없다면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포조 교수는 “인간의 학습 방식을 생각하면 반드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만이 아니라 주변의 사물로부터 배우는 이른바 ‘스몰 데이터’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돌아보라”며 “아이들은 컴퓨터처럼 이름표가 붙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배우지 않는다. 갓 태어난 아이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주변의 환경을 이해하고 또 따라 하면서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적은 데이터를 통해 점차 지능을 고도화시키는 점을 AI에 적용할 수 있다”며 “그게 가장 혁신적이고 미래에 보게 될 진정한 AI”라고 강조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AI 산업에서 구글이나 IBM과 같은 빅데이터 선두 기업들을 앞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포조 교수는 “AI가 일반인처럼 되는 데는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여기에는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넘어 생명과학과 뇌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조 교수는 구글 AI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결과에 대해 “‘언제’ 대국이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이세돌이 이긴다는 데 베팅할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는 알파고의 승리에 베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 기반의 AI는 게임이나 체스,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조 교수는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AI 로봇이 인간과 전쟁을 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어떤 직업도 (AI의 등장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추론 및 조언까지 하게 되면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조차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미 IBM의 AI 프로그램인 왓슨은 의학이나 금융 법률 분야에서 대규모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 의사나 애널리스트, 변호사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인간을 대체하는 것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소득 직종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중산층의 붕괴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포조 교수는 “배관공이나 정원사 집사 등의 직업은 조금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고, 항공기 조종사, 의사, 회계사 등 상대적으로 어렵고 전문화된 직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직 종사자라고 하더라도 미래에 그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포조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점차 소프트웨어(SW) 교육이 강조되면서 의무교육이 되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SW는 엔지니어들의 언어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한다”며 “프로그램밍 자체에 너무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 대신 그는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조 교수는 “수학은 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모두 통용되는 보편적인 언어”라며 “SW를 만드는 근간이 되는 수학 분야의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조 교수는 최근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우려, 또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마케팅과 광고가 오히려 이 분야의 연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AI는 어떤 하나의 발견이나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능력 있는 연구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 토마소 포조 MIT 교수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생 △1970년 이탈리아 제노바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 학위 취득 △독일 튀빙겐 바이오 사이버네틱스 막스 플랑크연구소 근무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 MIT 산하 뇌마음기계센터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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