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구도와 야권 지형을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부터 공천관리위원회의 2차 컷오프 대상자 발표를 시작한다. 이 결과에 따라 잠시 주춤한 야권 통합 논란이 재점화되거나 아예 소멸할 수 있다. 호남 민심과 ‘김종인 체제’의 향방을 가를 컷오프 명단 공개를 앞두고 야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 더민주 “물갈이, 양보다 질”
공관위는 8일 밤늦게까지 컷오프 대상 선정을 위한 막바지 심사를 했다. 최종 명단은 공관위원들의 가부(可否) 투표를 토대로 9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종 결정한다. 당초 이날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당 관계자는 “가부 투표 대상이 굉장히 늘어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발표를 하루 늦췄다. 공관위는 9일 초·재선 의원 컷오프 대상자를 발표한 뒤 순차적으로 중진 컷오프 대상자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사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양보다는 질을 중심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물갈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의원들을 정교하게 골라내겠다는 것이다. 공관위 측은 “현역 의원이 날아간 자리에 대신 투입할 인물이 있느냐도 주요 변수”라고 했다. 당 안팎의 관심은 친노(친노무현)·486 의원 중 누가,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쏠려 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친노·486 중 핵심을 컷오프시킨다면 ‘당의 체질이 바뀌었다’고 호남에 호소할 수 있게 된다”며 “이렇게 된다면 호남의 지지층을 다시 결집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호남에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 김종인, ‘2차 컷오프’로 야권 통합 드라이브?
‘친노 패권과 낡은 진보 청산’을 명분으로 탈당한 국민의당 의원들에게도 더민주당의 2차 컷오프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더민주당 이해찬 정청래 이목희 전해철 김경협 의원을 “친노 패권·무능 486(운동권) 심판 대상”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친노·운동권 출신 의원이 컷오프 명단에 대거 포함된다면 통합에 찬성하는 당내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흡할 경우엔 “여전히 더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며 통합론이 급격히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이날 “김 대표의 통합 제안은 진정성과 절박성을 담은 정중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계파·패권주의 정치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천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전날 야권 통합을 거부한 안철수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던 그는 ‘당 대 당 통합’에 대해선 이날 “우리 당이 토론해서 (반대로) 결론냈지 않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수도권 연대에 대해선 “다 열어 놓고 싶다”며 가능성을 차단하진 않았다.
한편 한완상 전 부총리, 함세웅 신부 등 진보 진영의 원로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적어도 수도권에서의 야권 연대를 반드시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 전 부총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1970년대에 중도통합론이라고, 유신체제를 찬성하는 야당 세력을 ‘벚꽃(야합) 세력’이라고 했다”며 “(안 대표의 통합 반대는) 일생일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역사의 후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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