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광고에서 쓱 오버랩 되는 美화가 호퍼의 그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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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계 잇단 ‘호퍼 오마주’

1952년 작 ‘선로 옆 호텔(Hotel byaRailroad)’ 과 닮은 구도의 신세계 온라인몰의 ‘쓱’ 광고.(맨위 사진) 광고를 기획한 HS애드 측은 “광고 기획 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웨스 앤더슨의 영화 등 많은 이미지를 참고 했지만 호퍼만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호퍼 작품 출처 WiKiArt.org·HS애드 제공(‘쓱’ 광고)
1952년 작 ‘선로 옆 호텔(Hotel byaRailroad)’ 과 닮은 구도의 신세계 온라인몰의 ‘쓱’ 광고.(맨위 사진) 광고를 기획한 HS애드 측은 “광고 기획 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웨스 앤더슨의 영화 등 많은 이미지를 참고 했지만 호퍼만 화제가 됐다”고 말했다. 호퍼 작품 출처 WiKiArt.org·HS애드 제공(‘쓱’ 광고)
《 ‘쓱’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신세계 온라인몰(SSG.com) 광고와 예술영화이면서도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30만 명을 넘긴 ‘아트버스터’ 영화 ‘캐롤’. 영상미로 시선을 끈 두 작품 뒤에는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가 있다. ‘쓱’ 광고 속 무표정한 등장인물과, 빛과 그늘을 강조한 화면 구도는 그의 작품을 닮았다. 》

토드 헤인스 감독의 영화 ‘캐롤’의 주인공은 호퍼의 작품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영화 속 카페와 기차, 상점과 모텔에는 적막감이 가득하다.

20세기 미국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호퍼는 요즘 대중문화에서 ‘뜨는’ 스타다. 패션지는 호퍼를 오마주한 화보를 선보이고, 호퍼의 팬이라며 그림을 포스팅하는 블로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그의 작품들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호퍼는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피카소(1881∼1973)나 뒤샹(1887∼1968)처럼 대중적으로 친숙한 작가는 아니다. 미술시장 전문가인 이호숙 씨는 “호퍼는 글로벌하다기보단 미국적인, 미국 컬렉터가 많이 찾는 작가다. 미술경매에서 거래된 호퍼 작품 중 최고가가 4000만 달러(450억∼500억 원) 정도인데 현대미술의 앤디 워홀이나 잭슨 폴록의 작품과 비슷한 가격대에 속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들보다는 작품가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에서 호퍼의 인지도가 오른 것은 오래되지 않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2010년 이후부터 언급 횟수가 급증한다. 특히 예술영화와 유명인들이 호퍼를 널리 알린 ‘일등공신’들이다. 호퍼 작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년)을 비롯해 앨프리드 히치콕, 마틴 스코세이지, 빔 벤더스, 왕자웨이, 짐 자무시 등 수많은 감독이 호퍼의 그림을 모티브로 삼은 영상을 선보였다.

배우이자 화가인 하정우는 선배 고현정으로부터 호퍼의 화집을 선물받은 사연을 에세이집에 털어놨고,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동물원에 가기’ ‘여행의 기술’ 같은 책의 일부분을 호퍼의 작품 감상에 할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년 전 호퍼의 풍경화 두 점을 임차해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 걸어놔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사 ‘쓱’ 광고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영상”임을 소개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두고 정 부회장이 호퍼 애호가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퍼가 최근 자주 인용되는 것은 그의 그림에 대한 공감대 때문이다. 평생을 뉴욕에 머물며 사실주의 화풍을 고집했던 화가는 대공황기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담담하게 담았다.

1938년 작 ‘293호 열차 C칸(Compartment C, Car 293)’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캐롤’ 의 한 장면.(맨위 사진) 영화 홍보사 측은 “혼자 극장을 찾는 여성 관객들이 많이 선택한 영화”라면서 “아름다운 화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관객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쿱 제공(영화 ‘캐롤’)
1938년 작 ‘293호 열차 C칸(Compartment C, Car 293)’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캐롤’ 의 한 장면.(맨위 사진) 영화 홍보사 측은 “혼자 극장을 찾는 여성 관객들이 많이 선택한 영화”라면서 “아름다운 화면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꾸준히 관객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쿱 제공(영화 ‘캐롤’)
그림에 그려진 카페, 모텔, 극장, 주유소 같은 공간 속 무표정한 인물들은 현재에도 익숙할뿐더러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은 그의 작품에서 쓸쓸함과 공허를 읽는다.

한창호 영화평론가는 “시공간은 바뀌었지만 세상과의 단절감, 외로움을 느끼는 도시인이 더 늘다 보니 호퍼 작품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중문화가 100여 년 전 미국 화가를 호출한 까닭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에드워드 호퍼#쓱#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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