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 9일 ‘세기의 대국’]5번기 첫번째 대결 관전포인트
초반엔 경우의 수 너무 많아… 알파고, 포석에서 밀릴 가능성
李 9단은 실수 줄이는게 관건
《 과연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능가하는 획기적 사건이 일어날까.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고 난제의 하나로 꼽혔던 바둑에서 인간 대표인 이세돌 9단(사진)과 인공지능 대표 ‘알파고’가 오늘부터 세기의 대결(5번기)을 펼친다. 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은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지만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5-0까지는 아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9∼15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결(5번기)을 앞두고 누가 이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미의 관심은 알파고의 실력이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5 대 0으로 꺾었을 때보다 얼마나 늘었느냐 하는 것이다.
당시 알파고의 기력(棋力)은 아마 정상급에 불과해 프로와 정면승부를 벌이려면 석 점은 놔야 하는 수준이었다. 이 9단은 “(당시 알파고는) 상대가 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많이 발전했다 해도 정선(덤 없이 두는 바둑) 정도 실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글 측은 “실제 (이 9단이랑) 대국한 데이터가 없어서 그렇지 50 대 50 승률로 예측한다”고 자신했다.
과연 알파고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 단서가 인터넷 바둑사이트 타이젬에서 포착됐다는 주장이 국내 프로바둑계에서 나왔다. 최근 타이젬에 ‘deepmind’(알파고 개발회사 이름)라는 ID를 쓰는 9단 실력자가 17승 3패를 거둔 것.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deepmind가 알파고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연구팀 개인 ID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보를 검토한 조혜연 9단은 deepmind가 △타이젬 9단 실력자라면 하지 않는 실수를 가끔 하는 점 △프로인데 한중일 3국에서 두는 포석과는 다른 포석을 두는 점 등을 꼽으며 알파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 9단은 “컴퓨터 바둑의 특성이 자주 보이는데 실력은 꾸준히 성적을 내는 프로급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이번 대결의 승패는 포석 등 몇 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포석이 약하다. 이는 ‘경우의 수’를 따져 착수를 결정하는 바둑 프로그램의 한계이기도 하다. 즉 알파고가 과거 프로그램보다 탐색하는 ‘경우의 수’를 크게 줄였지만 돌이 별로 없는 초반 포석 단계에서 검토해야 할 ‘경우의 수’는 여전히 많다는 것.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도 알파고는 포석에선 불리한 경우가 많았지만 중반 이후 판후이가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져 승리했다. 따라서 이 9단이 포석에서 기선을 잡는다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이 9단이나 알파고 모두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수읽기에선 내로라하는 이 9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는 피할 수 없고 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알파고도 인간 고수라면 저지르지 않을 초보적 실수를 종종 한다. 김찬우 6단은 “한 곳에서의 모양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손을 빼고 다른 데를 두거나 유리할 땐 지나치게 안전 위주의 수를, 불리할 땐 엉뚱한 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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