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기사들 “바둑마저 정복 당하다니… 알파고 실수 공략못해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국’] “남은 네차례 대국 다른 전략 필요”

“아, 제일 중요하다 여겨졌던 1국에서 정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9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 시작 3시간 반 만에 바둑돌을 내려놓으며 패배를 인정하자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 마련된 공개 중계현장은 ‘멘붕’에 빠졌다.

이곳에서 현장중계를 하던 이현욱 8단은 “첫 승부가 중요한데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와 함께 현장을 중계하던 강나연 캐스터도 “아쉬움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대국 후반으로 가면서 한때 이 9단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인간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현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현장에서 중계를 관전하던 바둑 팬들은 아쉬움에 탄식을 내뱉으며 빠져나갔다. 일부 팬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바둑팬 이모 씨(31)는 “낙승까지는 아니지만 이 9단이 진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예상 밖의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태준 씨(35)는 “이 9단의 장점이었던 상대방 수읽기가 컴퓨터인 알파고에는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생각보다 강한 상대인 만큼 다음 대국에는 다른 전략을 짜서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에 끝까지 남은 일부 팬은 “아직 네 번의 대국이 남았다”며 “이세돌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이 9단의 패배에 동료 기사들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지석 9단은 “체스 등의 종목과 달리 바둑은 아직까지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종목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알파고도 몇 차례 실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부분을 공략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목진석 9단은 “바둑도 인간이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패배하는 시기가 오게 됐다”며 “인간과 컴퓨터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바둑계 차원에서 모색해봐야 된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는 “승부를 떠나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자체가 사람들로부터 전에 없는 높은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계기로 바둑의 인기도 높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이세돌#알파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