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10일 2국에서 철저히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이 9단은 1국에서 초반 전투를 벌이다 크게 실패했다. 그 대신 알파고는 중반 무렵 상당한 실수를 했고, 끝내기에서도 손해를 보는 수를 뒀다. 그래서 이 9단은 1국의 경험을 철저히 활용하는 전략을 준비했다. 그 전략은 ‘초반을 두텁게 두고 알파고의 실수를 잡아 우세를 확보한 뒤 끝내기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신 그는 전투와 공격에 능한 자신의 기풍을 포기했다. 초반 알파고가 몇 가지 이상한 수를 두고, 좌하 쪽에서 지나친 공격을 하다가 이 9단의 반격에 당했을 때만 해도 이 전략은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 9단은 준비한 전략을 너무 철저히 지키다 보니 자꾸만 유연성이 떨어졌다. 좌중앙에 외롭게 뜬 흑 돌을 공격해야 할 시점에도 그는 두텁게만 뒀고 실리를 간간이 챙겼다.
그 사이 알파고는 진영을 재정비하고 탄탄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곤 뚜벅뚜벅 이 9단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로마 병사들의 진격처럼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은 채 이 9단을 압박했다.
이 9단으로선 정말 ‘징한’ 상대처럼 느껴졌다. 계속 흑의 약점을 이용해 실리를 챙겨 알파고를 많이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뒤를 돌아보면 알파고가 바로 뒤에 붙어 ‘씩 웃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의 전략과는 달리 미세한 상황에서 끝내기에 접어들었다. 알파고의 추격에 불안을 느낀 이 9단은 기존의 견고한 수비 전략을 버리고 공격적이고 대담한 바꿔치기 작전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그의 편이 아니었다. 중반까지 시간을 많이 쓴 그는 정확한 끝내기 계산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반면 알파고는 승리가 거의 확정될 무렵 중앙 백을 잡는 11집 끝내기와 상변 흑이 잡히는 15집 끝내기가 있는 상황에서 11집 쪽을 택했다. 기사들이 모두 알파고의 실수라고 외쳤지만 그게 아니었다. 크기는 중앙이 작았지만 그로 인해 선수를 잡아 더 큰 자리로 향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많은 시간이 걸릴 장면이었지만 알파고는 1분 안에 이를 정리해 냈다.
이현욱 8단은 “그동안 인간이 정한 바둑 평가 기준과 다를 뿐 알파고의 판단이 원래 옳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들은 최고수의 실력을 보여준 알파고에 ‘알 사범’ ‘알 신’ 등의 별명으로 대접해주고 있다.
이 9단이 2국마저 패하자 그동안 낙관적인 견해를 펼치던 기사들도 하나둘씩 이 9단의 패배를 점치고 있다.
프로기사들은 이제는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바둑을 두는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박정상 9단은 “3국이 이 9단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이젠 더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유연한 바둑, 자신의 바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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