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였다. 초반부터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 이제부터는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백기’를 들었다. 하루 전만 해도 “승률은 5 대 5”라고 자신했던 그였지만, 오늘은 자신감을 잃은 듯했다. 남은 세 경기 모두 이 9단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이 9단은 다음 대국의 승패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오늘 바둑으로 볼 때는 중반을 넘어간 다음에 (알파고를 이기기) 어렵다. 그 전에 공격적으로 나가야만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패배의 여운은 긴 듯했다. 간담회장에 응원 나온 아내 김현진 씨(33)와 외동딸 혜림 양(10)이 있었는데도 10분여간 간담회를 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땅을 쳐다보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9단은 “놀란 것은 어제도 충분히 놀랐다”며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알파고가 오늘 완벽한 대국을 펼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9단이 돌을 던진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알파고가 2번째 경기를 따내면서 2-0으로 앞서고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알파고는 정말 아름답고 창조적으로 움직였다. 엄청나게 큰 긴장감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 “알파고는 바둑 경기를 진행하면서 본인이 대국에서 이길지 질지 승산은 어떨지 추정한다”며 “중반부까지는 승률을 반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는데 후반부에서 자신감을 갖고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잘 몰랐지만 알파고 스스로는 경기가 끝내기로 가면서 더 확신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 9단은 “약점을 못 찾아서 두 번 다 진 것 같다”고 답했다. 취재석에서 “이세돌 파이팅!”이라는 말을 듣자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응원을 나온 딸과 함께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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