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평소 대국 후 상대와 복기를 오래하는 기사로 유명하다. 중요한 바둑이면 1시간 이상씩 하고 남의 바둑 복기에도 자주 끼어든다. 그러나 이번 대결의 경우 상대가 알파고이기 때문에 복기할 상대가 없다.
이 9단은 10일 2국 대국에서 진 다음 간단히 식사를 한 뒤 묵고 있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방에서 후배 기사들과 모였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홍민표 9단과 이다혜 4단이다. 이날 둔 바둑을 복기하고 알파고의 착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9일 1국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백을 든 2국에서 초반 두텁게 두는 작전을 들고 나온 것도 전날 심야까지 이어진 연구의 결과였다.
2국 복기 과정에선 이 9단이 우세를 확보했다고 하는 좌하 쪽 변화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는지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전은 생각보다 이득이 아니었고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한다.
이 9단 일행이 더 집중적으로 분석한 것은 3국에 대비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이 9단이 2국 뒤 인터뷰에서 잠깐 밝힌 대로 중반으로 넘어가기 이전에 우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같이 연구한 홍 9단은 “알파고가 두는 이상한 수(手)들이 실제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 9단은 이미 깨닫고 있었다”며 “알파고가 패를 잘 하지 않는 이유와 깊숙한 침투 대신 얕은 삭감을 선호하는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대국이 없는 11일에도 호텔 방에서 연구에 매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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