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새누리당은 ‘쑥대밭’이 됐다. ‘공천 살생부 논란’에서 시작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은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을 거쳐 급기야 공천관리위원회가 쪼개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4·13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 안주해온 여당이 ‘적전분열(敵前分裂)’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쪼개진 공관위
새누리당은 이날 하루 종일 사달의 연속이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오전 경선지역을 발표하면서 당초 포함하기로 한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를 제외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새벽 김 대표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김 대표의 동의를 얻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시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대표 지역구를 다시 경선지역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먼저 경선을 요구함으로써 ‘상향식 공천’ 관철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최고위의 결정사항이 담긴 쪽지가 당시 경선지역을 발표하던 이 위원장에게 전달됐지만 이 위원장은 끝내 김 대표 지역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공천 살생부 논란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와 (공천 살생부 논란을 일으킨) 정두언 김용태 의원 세 사람은 세트”라고 했다.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과정에서 공천 살생부 논란이 해당 행위에 해당하면 컷오프(공천 배제)를 시킬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이렇게 되면 경선을 치르기로 한 김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위원장은 뒤늦게 “김 대표와 두 의원을 연계할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말 김 대표에게서 ‘40여 명 물갈이설’을 전해 들었다고 언론에 폭로한 바 있다.
윤 의원이 김 대표를 겨냥해 “죽여 버리게. 당에서 솎아내야 한다”고 막말을 퍼부은 건 살생부 논란 보도 직후다. 현재 비박계는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친박계는 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면 살생부 논란에 연루된 의원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윤 의원의 사과를 수용하지 않는 김 대표에 대한 ‘압박 전략’이다.
이에 김 대표와 가까운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이 위원장에게 김 대표 지역구를 경선지역으로 발표할 것을 거듭 요구했지만 이 위원장은 거부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공관위 활동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최고위의 결정사항까지 묵살하는 상황에서 공관위원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며 “이 위원장이 시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큰 하자가 없는 단수후보 공천까지 전부 묶어놓고 있다”며 이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 사례를 폭로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람이) 계속 공관위에 불참하면 이미 결정한 경선지역도 발표할 수 없다”며 공천 지연의 책임을 이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본인들 불만보다 김 대표의 불만 같다”며 김 대표 ‘사주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 김무성 “춘래불사춘”
윤 의원의 ‘막말 파문’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친박계 지도부는 윤 의원을 최고위에 출석시켜 해명을 듣고 공개 사과토록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이 최고위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김 대표는 회의장을 나가 버렸다. 경선지역 제외가 김 대표를 자극하면서 윤 의원과의 화해는 더 꼬여 버린 것이다. 윤 의원은 친박계 지도부 앞에서도 “그날 너무 만취해 누구와 통화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최고위 출석에 앞서 김 대표의 집으로 찾아갔다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전했다. 김 대표 집 앞 현관에서 기다리다가 오전 8시 반경 출근하는 김 대표를 만났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사과하려 했지만 김 대표는 악수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 이때도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이후 공천과 관련해 말을 아꼈던 김 대표는 이날 친박계를 에둘러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서 “요즘 제 마음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며 “국민공천제 최초 시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가려 하는데 여러 가지 방해와 저항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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