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파고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두 번 연거푸 이긴 다음 날인 어제 그가 강연한 대전 KAIST 드림홀에는 200명 정원에 500명가량이 몰려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창의적 이단아로 올해 40세인 허사비스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해 지금 같은 알파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어릴 적 게임광이었고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는 그의 말로 미뤄 보면 지금쯤 잘하면 프로게이머나 아니면 게임 폐인이 됐을지 모른다.
영국에서 자란 그는 남들보다 2년 빨리 고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세계적 게임 개발자 피터 몰리뉴의 회사에 들어갔다.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한 것은 뒤늦게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간 뇌 연구를 결합한다는 더 큰 꿈을 가지면서부터. 대학에선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지만 박사학위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뇌과학으로 받았다. 영국 대학의 활발한 학제(學際) 간 연구가 그 꿈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구글은 2014년 허사비스의 딥마인드를 5억 파운드(약 6800억 원)에 인수했다. 구글은 아이디어나 가로채려고 딥마인드를 인수한 것이 아니다. 허사비스도 구글 돈만 보고 인수에 동의하지 않았다. 딥마인드의 꿈을 이루려면 구글 클라우드의 컴퓨터 파워를 이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IT 생태계는 고인 물처럼 용이 솟아나기 힘든 구조다. 대기업은 인수할 만한 괜찮은 스타트업이 없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정당한 가격을 주고 스타트업을 인수하려는 자세가 돼 있지 않고 아이디어 훔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러니 뛰어난 인재들이 모험을 감수하고 창업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훌륭한 IT 생태계도 교육 개혁 없이는 우물에 가 숭늉을 찾는 격이다. 스타트업도, 대기업과의 상생도 창의적인 인재로부터 출발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창의력과 무관한 공부를 하는 대학 교육 구조로는 허사비스도 알파고도 키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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