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패배(Resign)’ 메시지를 모니터에 띄우자 구글은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인간 승리’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를 던졌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이 시작되기 직전인 13일 오후 1시쯤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이번 경기에서는 천재 이세돌을 응원 중이다”라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가 여유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알파고가 1국부터 3국까지 전승을 거둠으로써 이번 매치의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오후 3시 30분경, 허사비스 CEO는 한국 기자들이 모여 있는 기자실을 조용히 찾아 팔짱을 낀 채 경기를 관람했다. 국내 취재진의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은 듯한 모습이었다. 외신 기자들이 모여 있는 프레스룸은 1∼3국과 비교했을 때 한산했다. 허사비스 CEO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국내 취재진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자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먼저 건넬 정도로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구글의 여유로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알파고의 실수가 나온 오후 4시 40분쯤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79번째 수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지금 문제가 생겼다”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또 “87번째쯤 수에서 ‘자각’이 돌아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사비스는 CEO는 “오늘 알파고에 이세돌은 버거운 상대였다”며 “초반에는 알파고가 스스로 우세라는 측정값을 냈다”면서도 “이렇게 진행하다가 이세돌의 묘수에 알파고가 실수하면서 (지게 됐다)”라고 총평했다.
알파고 개발을 총괄한 데이비드 실버 교수는 “알파고는 반복해서 게임을 하며 지식을 축적하는데 이렇게 축적한 지식은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바둑 기사가 아니어서 허점을 파악할 수 없는데 이세돌처럼 세계 최강 기사가 알파고의 한계를 실험하고 파악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도 “이세돌 덕분에 알파고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예고 없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오늘 흥미진진한 대국이 치러져서 너무 기쁘다. 이세돌 9단을 만나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면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마지막 대국을 꼭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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