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본사는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있다. 6층 빌딩 외벽에는 어떤 표지도 없다. 보안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보기술(IT) 전문 매체가 사옥 주소를 알아냈다. 땅값이 금값이지만 건물 2층은 직원들 휴식처이자 놀이공간이다. 매주 금요일 맥주파티는 ‘집단지성’의 향연이다. 출퇴근도 자유롭고 점심식사 간식 모두 무료다. 직원 250명 중 150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다.
▷미국 IT 대기업들은 구글처럼 영국 AI 스타트업 기업 인수에 열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위프트키(컴퓨터 자판 자동인식 AI), 아마존은 이비테크놀로지스(AI 플랫폼), 애플은 보컬IQ(AI 음성인식)를 샀다. 미국 CNBC는 최근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 AI 관련 졸업생들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잘 갖춰졌다’고 보도했다. 2013년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내건 ‘미래 50(Future Fifty)’ 모토 아래 핵심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런던에서만 2년간 1만2000개, 영국 전역에서 무려 9만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연평균 매출 신장률도 33%나 된다고 한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AI 기술 종주국이 된 이유에 대해 세계 최초(1943년) 연산컴퓨터를 만든 ‘인공지능 아버지’ 앨런 튜링에서부터 지속된 사회 분위기를 꼽는다. 영국은 SF(공상과학) 나라다. BBC가 제작 상영 중인 시간여행 SF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는 가장 오래된 드라마(1963년∼ )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AI를 다룬 최초의 걸작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도 SF 소설의 영국인 거장 아서 클라크 작품이 원작이다.
▷이런 문화적 세례를 받은 청소년들이 AI 세대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미래도 선점 중이다. 영국 정부는 2014년부터 초중고교생에게 AI와 사람을 연결해줄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으며 BBC는 지난해 9월부터 AI 진화에 따라 사라질 일자리를 시각화한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 진원지 영국이 AI가 견인할 4차 산업혁명도 이끌 것인지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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