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진박후보 대거 탈락 보니 민심이 무섭지 않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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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발표된 새누리당의 경선 결과 이른바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예비후보들이 무더기 탈락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후보가 유승민계 핵심인 이혜훈 전 의원에게 졌다. 대구 서구에선 윤두현 전 홍보수석이 유승민계 김상훈 의원에게 패했다.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친박근혜) 핵심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도 탈락했다. 박 대통령이 지역구(대구 북갑)까지 방문하며 힘을 실어줬던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은 물론 전광삼 최상화 전 춘추관장도 고배를 마셨다.

아무리 박심(朴心)을 듬뿍 실어줘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민심이다. ‘3·15 비박(비박근혜) 학살’이라고 불리는 막장 공천을 주도한 친박 핵심들은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민심의 역풍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긍정평가가 일주일 전의 42%에서 40%로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5%에서 49%로 올랐다.

그럼에도 친박 좌장이라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그제 열린 자신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총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의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며 “적군에게는 총 못 쏘고 아군에게만 총질하는 국회의원이 잔뜩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컷오프를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지만, 표현 그대로 ‘총선 결과’보다는 ‘박근혜 친위세력’ 구축에 우선순위를 둔 친박 핵심의 속내가 묻어 나온다. 이러니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세력화를 기도한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지 않겠는가.

공천의 칼자루를 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친박 핵심들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공천을 끝낼 때가 됐다.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는 경선에 부치고, 정치 도의를 외면한 채 무소속 출마 카드를 만지는 윤상현 의원 지역구(인천 남을)는 재공모 결과를 서둘러 발표해 쐐기를 박아야 한다. 18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도 거취를 분명히 할 때다. 어젯밤 공관위 발표에 따르면 이 와중에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최고위원 9명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8명이 모두 공천장을 챙겼다.
#새누리당#진박#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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