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끊었던 담배 입에 문 김종인 “욕심많은 노인네 만들어… 못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총선 D-22]더민주 비례공천 충돌
당무 거부한 金대표의 하루

“무슨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고….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딴 식으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이 당 중앙위원회에서 정면 거부당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1일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이날 당무를 거부했다. 비대위 관계자들과 접촉했지만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듯했다.

○ “정치, 정당 이야기 안 해”

오전 6시 45분 정장선 총선기획단장과 김성수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을 찾았다. 전날 열린 긴급 비대위에서 ‘비례대표 12번 배치’ 얘기가 오간 데 격분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그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한 시간가량 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빈손으로 되돌아갔다.

김 대표는 오전 8시 50분경 캐주얼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그는 “더 이상 정치, 정당에 대해 이야기 안 할 테니 내게 묻지 말라”고 했다. 다만 김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 “출구전략 없다”

오전 9시 45분경 김 대표는 종로구 개인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고민 안 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했던 그의 목소리는 서서히 높아졌다. 김 대표는 “내가 (비례대표 2번을) 하고 싶어서 했다고 생각하느냐”며 “내가 응급 치료하는 의사 같은 사람인데, 환자(더민주당)가 병이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면 죽어도 못 참는다”며 “(갈등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은 없다”고 했다. 5년 이상 금연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이 자리에서 줄담배를 피웠다.
○ “(비례) 14번? 상의한 적 없다”

오전 10시 20분경, 그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외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병원에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각, 비대위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의 1번을 유지하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을 제외하고 김 대표를 14번으로 하는 1차 중재안을 마련한 뒤 김 대표에게 연락했다.

오후 4시 50분경 시내 한 호텔에서 비대위의 ‘특사’로 파견된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났다. 그는 “(비대위의 비례대표 14번 결정은) 나하고 상의한 적도 없으니 물어보지 말라”고 했다. 비대위의 1차 조정안에 김 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측근은 “비대위의 ‘비례대표 14번’ 결정이 (회동 전) 언론에 보도된 것을 뒤늦게 알고 격노했다”고 전했다.

○ “……”

회동이 사실상 결렬된 뒤 그는 자택으로 직행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국회에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가 열리고 있던 오후 9시경, 김 대표의 수행비서는 “와인 한두 잔 마시고 주무시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 대변인은 오후 10시 40분경 브리핑에서 “전화로 (중앙위 상황을) 보고했고, 김 대표는 ‘알았다’고만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알았다’는 의미는 관심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차길호 kilo@donga.com·한상준 기자
#김종인#더민주#비례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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