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공천 갈등의 최대 뇌관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대구 동을)를 ‘무(無)공천 지역’으로 남겨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유승민 공천 불가’로 사실상 결론을 내고 후폭풍을 줄일 방안을 찾는 모양새다. 대구 동을이 무공천 지역이 되면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탈당이나 불출마를 결단해야 한다.
21일로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가리는 방안은 물 건너갔다. 후보 등록일(24, 25일)까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고르디우스의 매듭’(대담한 방법으로 난제를 푸는 일) 같다”며 “알렉산더 대왕처럼 칼로 딱 매듭을 잘라야지, 풀려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관위는 유 전 원내대표를 컷오프(공천 배제)할 경우 불어닥칠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우회적으로 자진 탈당이나 불출마를 종용해 왔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가 이날까지 이를 거부하자 공관위는 사실상 컷오프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공관위는 우회 방안을 짜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를 컷오프한 뒤 공천 대결을 벌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나 제3의 인물을 공천하기보다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한 공관위원은 이날 회의 직후 “이 전 청장을 단수 추천할 가능성은 0%”라고 말했다.
명시적인 컷오프로 ‘내치기’를 당할 경우 유 전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행보에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 주민들에게 직접 심판을 받겠다”며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공천 학살’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한 선례도 있다.
친박계와 이한구 공관위원장도 이를 알고 있다. 이에 지난해 7월 국회법 파동 당시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때까지 ‘버티기’를 하던 유 전 원내대표의 대응법에 또 넘어가진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치기’로 무소속 출마의 명분을 유 전 원내대표 손에 쥐여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친박계 한 최고위원은 “22일에도 결정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러면 결론 나온 것 아니냐”며 “이는 새누리당이 공천을 줄 수 없다는 뜻이고, 이 경우 유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접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당의 확실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직선거법상 탈당 시한인 23일 중대 결심을 해야 한다. 이날로 일주일째 칩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어머니이자 고 유수호 전 의원의 부인인 강옥성 여사(87)는 대구 지역사무실로 삶은 감자를 보내 지지자들을 달랬다고 한다.
여당의 공천 갈등으로 수도권 민심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전주(49.6%)보다 12.6%포인트 떨어진 37.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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