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공천’ 파동 여파로 당무를 거부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비대위에 참석해 비례대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우윤근 의원 등 일부 비대위원은 이날 밤 김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 밤늦게까지 설득했고, 김 대표는 일단 23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공천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윤근 박영선 표창원 김병관 비대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다른 4명의 비대위원도 23일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서울 강남갑 등 전국 8개 지역 공천자를 인준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이 주축인 중앙위원회가 순번을 뒤집고 김 대표 추천 인사를 뺀 비례대표 명단에 대해선 “알아서 하라”며 재가를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중앙위가 자신을 비례 2번에 올린 것도 거부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에서 제외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우윤근 비대위원도 “대표가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을) 나갈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하루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당초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명단을 당 중앙위가 뒤바꾼 데 대해 김 대표가 ‘사퇴 카드’로 반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김 대표 측은 언론에 “김 대표가 사퇴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이 거의 완료되자 비대위와 중앙위원회가 본색을 드러내며 친노의 당으로 가기 위해 대표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느끼고 있다. 김 대표가 완강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문재인 전 대표는 급히 상경해 김 대표 자택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50여 분간 김 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우리 당의 간판으로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태까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날 욕보이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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