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4·13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놓고 ‘졸속 심사’ 논란이 벌어졌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발표에 앞서 국민공천배심원단 35명은 비례대표 명단을 심사하며 격론을 벌였다. 공관위가 이름과 순번, 경력 한 줄씩만 담은 자료를 가져오자 배심원단은 “무슨 이런 자료로 심사를 하냐”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배심원단은 군인과 보건 분야에 직능이 편중된 점을 주로 지적하며 과학·기술계나 해외동포, 교육계, 청년 등 사실상 직능 대표성이 있는 인사들이 당선권 안에 배치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배심원단은 최고위원회의에 재의 요구를 권고하기로 했다. 다만 강제성은 없어 최고위가 공관위 결정을 수용하거나, 최고위 재의 요구가 있더라도 공관위에서 다시 3분의 2 이상이 의결하면 이날 발표된 45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은 그대로 확정된다.
상징성이 강한 비례대표 1번에 배치된 송희경 전 KT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전무)은 강한 리더십을 가진 워킹맘으로 알려졌다. 두 아이의 엄마로 28년 동안 일하면서 “영업 전선에서 남성 임원 못지않은 전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여장부다. 박근혜 정부가 앞세운 창조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국회에서 입법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후보여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날 송 전무는 KT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공관위 내부에선 3번에 배치된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을 1번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아직 완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에 노동개혁을 뒷받침할 상징적인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상을 통한 본회의 처리만 남은 단계라 임 위원장은 1번 대신 3번에 배치됐다. 문진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4번에 배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위원장은 전국택시노조연맹 위원장,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노동운동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유민봉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12번)의 전면 배치도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최우선순위로 고려했다는 얘기다. 반면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명단에서 빠졌다.
최연혜 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도 당선권 순번인 5번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기 드문 여성 공기업 사장 출신으로 최초 흑자경영 성과를 일궈낸 리더십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 배심원단은 최 전 사장에 대해 “정부 기관의 장을 했던 사람을 당선권 비례 순번에 배치한 건 과한 혜택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지난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국면에서 ‘보수의 역사 교과서 전도사’로 각광받았던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9번)도 당선권에 포함됐다.
벌써부터 논란의 도마에 오른 후보들도 있다. 당선권인 15번을 받은 김순례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지난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공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20대 총선에선 비례대표가 47명으로 줄어 지난번 득표율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20∼22번이 당선 안정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중 60% 이상은 여성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시간에 쫓겨 당선권인 20번 안에는 여성 10명밖에 넣지 못했다. 애초에 여성 12명, 남성 8명을 올리는 안이 올라왔지만 공관위 내에서 격론 끝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추천 과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공관위가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했을 거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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