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21일 밤늦게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내 마음이 어떻겠느냐”며 “그래도 80%는 상향식 공천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구상대로 상향식 공천이 이뤄지지 못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자평대로 지역구 공천의 80%가 상향식 공천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253개 지역구 중 경선은 141곳(56.4%·공천 지역구 대비)에서만 실시됐기 때문이다. 우선 추천 지역은 12곳에 그쳤지만 진영(3선·서울 용산), 주호영 의원(3선·대구 수성을) 등을 우선 추천으로 쳐내면서 후폭풍이 거셌다.
단수 추천 지역은 97곳(38.8%)이나 됐다. 새누리당의 약세 지역이거나 지역에 경쟁자가 없어 단수 후보자가 공천을 신청한 50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47곳은 경선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후보자가 결정됐다. 2위 후보와의 격차가 커 경선을 할 필요가 없는 곳도 일부 있었지만 경선 전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과 접전이었거나 뒤처졌던 몇몇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이 ‘공천 프리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상향식 공천 원칙이 사실상 깨지면서 진영 의원처럼 공천 결과에 반발해 당적을 옮겼거나, 이재오 김태환 주호영 의원처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현역 의원만 12명에 이른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김 대표에 대해 당내에선 “김 대표의 정치생명은 대체 몇 개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을 놓고 사실상 친박(친박근혜)계와 당 대표 사퇴를 불사한 최후 항전(抗戰)을 할 듯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물러섰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반쪽짜리 상향식 공천의 최대 수혜자는 김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김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 15명이 경선(9명), 단수 추천(6명)으로 모두 생존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한 후보는 “결국 상향식 공천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며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원칙도 명분도 다 지키지 못한 채 자신의 실리만 챙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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