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벽 못넘고 ‘비례 2번’ 챙긴 김종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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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끝에 더민주 남기로” 봉합… 주류가 수정한 비례 명부 수용
‘운동권 정당 수술’ 한계 드러내

사퇴 가능성이 제기됐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대표가 23일 당 잔류를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며 “고민 끝에 이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가 당 중앙위원회가 수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당내 친노(친노무현)·운동권 세력과 어정쩡한 동거를 하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 대표는 당초 당선 안정권에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 중심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만들었지만 당 중앙위는 당헌 위반 논란을 앞세워 이를 거부하고, 운동권 출신 인사를 대거 명부에 올렸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총선이 끝나고 대선에 임할 때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했다.

김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주진형 당 정책공약단 부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화장을 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당 주류는) 김 대표에게 화장을 주문했지만 의사는 수술을 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총선 이후에도 당을 이끌며 당의 개혁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친노·운동권 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이른바 ‘바지 사장’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그가 내세웠던 ‘탈(脫)운동권 수권정당’으로의 탈바꿈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더민주당은 이날 김 대표를 비례대표 2번 후보로 확정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종인#더민주#비례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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