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4·13총선을 엿새 앞둔 7일 거리 유세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그는 전날 양당에 제안한 정당 대표 토론회에 대해 “양당 대표가 꿀 먹은 벙어리”라며 “자신이 없거나 공약이 엉터리여서 들킬까 제 발 저리는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손에 손을 잡고 꼭 (기호 3번에) 투표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출근 인사를 마친 뒤 수도권 동북부인 경기 남양주시를 시작으로 서울 동작구까지 하루 동안 11개 선거구를 돌았다. 수도권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제 성을 바꿔서 ‘강철수’라 부르던 분들이 이젠 이름 바꿔서 ‘안길동’(안철수+홍길동)이라고 부르신다”고 했다.
○ 安, 수도권 11곳 지원 유세
오전 7시. 안 대표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나오며 “이제 6일 남았네요”라고 말했다. 앞서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지역구를 비운 안 대표를 대신해 노원병 선거운동에 나섰다.
안 대표는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에서 출근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다른 후보 선거운동원에게도 일일이 악수를 청했고 한 시간 반가량 출근하는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목이 쉰 탓에 틈틈이 목청을 가다듬기도 했다. 안 대표는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머리가 아픈 것보다는 낫다”며 “이게 더 체질에 맞는다”고 했다. 최근까지 당 대 당 통합과 수도권 연대를 놓고 천정배 대표, 김한길 의원과 신경전을 벌였던 것처럼 당내 갈등보다 몸이 힘든 선거가 낫다는 의미로 들렸다.
안 대표는 경기 남양주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남 탓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정상적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계획에 대해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서는 야권 대선 후보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반전을 꾀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 安 “정당 투표는 3번, 흐름 퍼져” 주장하지만…
안 대표는 이날 유세장으로 이동하는 차에 동승한 기자에게 “마지막까지 어쨌든 진심을 전달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지역구 후보를 찍는 것과 별개로 ‘정당 투표는 3번으로 하자’는 게 더민주당이나 새누리당 지지자 사이에서 퍼져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초기에는 별로 안 보였는데 선거운동 후반으로 갈수록 갓난아이 엄마들이 (유세장) 곳곳마다 늘었다”며 “어린아이의 미래를 위해 변화해야 된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주말에 지역구를 지키느냐’고 묻자 그는 “어떻게 노원에만 있을 수 있겠냐. 어떻게 제 선거만 치르겠냐”며 “아마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자기 선거 치르면서 전국 유세를 하는 당 대표는 제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수도권 선거에 대한 절박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선 안 대표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후보가 우위를 점한 지역이 거의 없는 만큼 ‘국민의당=호남당’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자칫 예상과 달리 지역구 사수에 실패할 경우 안 대표는 최대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빠듯한 일정 탓에 차 안에서 김밥과 빵으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차 안에는 목이 쉰 안 대표에게 지지자들이 건넨 목캔디 등이 놓여 있었다. 그는 “참 마음이 짠해요, 정말 이런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20석 이상을 못 넘길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연설이 늘었다’고 하자 그는 “요령을 배우지도 않고 혼자서 ‘막연설’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날 오후 6시 넘어서까지 다른 후보들 지원 유세를 한 뒤에야 자신의 지역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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