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사진)의 논문 표절의혹이 알려진 것보다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본보 취재 결과 박 교수의 논문 2개가 제자의 석사 논문과 흡사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제자의 논문을 인용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박 교수가 2007년 수학교육학연구에 낸 ‘한국 수학 수업의 조직 및 교수 활동 분석: LPS 수업 자료를 중심으로)’는 제자 이모 씨의 석사 논문 ‘LPS를 통한 수학과 수업 분석’(2006년)과 분석 방법은 물론이고 결론, 그래프까지 같았다. 박 교수가 2004년 한국여성학에 제출한 ‘교사의 성별에 따른 수학 수업 방식의 비교·분석 연구’도 제자 박모 씨의 석사 논문 ‘수학 교사의 성별에 따른 수업 방식의 차이 비교·분석 연구’(2003년)와 내용과 표, 예시까지 동일했다. 이로써 2007년 처음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박 교수는 총 4편의 논문에서 표절 의혹을 받게 됐다.
박 교수는 본인이 심사한 제자의 석사 논문을 요약해 본인을 단독 저자로 하고 1년도 안 돼 학술지에 발표했다. 석·박사 학생이 학위 논문을 쓴 뒤 지도교수를 교신 저자로 넣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논문에 단초를 제공했더라도 자신이 단독 저자로 해당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는 없다. 취재팀과 함께 논문을 검토한 서울 사립대 A 교수는 “학계의 암묵적 관행을 고려해 봐도 죄질이 나쁘다”고 전했다.
그가 쓴 수법은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적발할 수 없을 정도로 지능적이었다. 그는 제자가 쓴 문장을 복사한 후 6어절이 되기 전에 명사 하나를 바꾸거나 조사나 수식어의 위치, 서술어를 바꿨다. 예컨대 ‘…참고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를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로, ‘의미를 형성시키기 어려운 용어’를 ‘생경한 용어’로 바꾸는 식이다. 박 교수가 6어절 이상 동일해야 표절로 색출된다는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논문을 검증해본 결과 박 교수의 논문과 제자의 논문 표절률은 10% 내외였다. 통상 30% 이상일 때 표절로 본다. 하지만 직접 두 논문을 대조해 읽어보면 내용과 결론은 동일했다. 논문을 살펴본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기반의 논문 표절 검사 시스템을 개발해야 찾아낼 수 있을 정도”라며 “같은 데이터를 쓸 순 있어도 분석, 해석 방식과 결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방대 출신 학생들이 많아 주술관계 등 문장 하나를 쓰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석사 논문을 내가 다 써서 후에 내 논문으로 낼 때는 제자를 교신 저자로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별히 (표절 검사에) 안 걸리려고 의도적으로 단어와 서술어를 바꾼 건 아니다. 수학 전공이라 글 쓰는 연습이 안 돼서 많이 퇴고한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2002∼2010년 발표한 논문들이 제자 것을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서울 소재 대학 이공계열 전공 B 교수는 “제1야당이 과거 표절로 문제가 된 교수를 제대로 검증도 안 한 채 비례대표 1번을 줬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이런 인물이 국회의원이 돼 법을 만들고 장관을 검증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박지혜 채널A 기자 soph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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