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 전현직 대표 등 관계자 20여 명의 회사 e메일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220명에 이르는 피해자 유족들을 전수 조사해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피해자들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린 검찰은 다음 주부터 옥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별다른 독성실험을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 원료 성분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변경한 2001년 당시와 폐 섬유화에 따른 사망 피해자가 속출한 2011년 이후의 회사 경영진을 집중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살균제 성분과 피해자 사망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서울대, 호서대 연구진이 실험 결과를 조작했는지 규명하기 위해 이들이 옥시와 주고받은 공문과 e메일을 모두 압수했다.
검찰은 옥시가 은폐한 ‘PHMG와 피해자 사망의 원인인 폐 섬유화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국내 유력 기관 K사의 실험 결과가 서울대 및 호서대 교수가 내놓은 것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K사는 엄격한 우수 실험실 운영 규정을 통과한 곳에 부여하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인증이 있지만 서울대와 호서대 실험실은 GLP 인증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K사를 포섭하려 한 정황도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따른 후유증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인터넷 게시 글을 삭제한 의혹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001년부터 옥시 홈페이지 고객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을 사용한 뒤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이 힘들다’는 취지의 후유증을 호소하는 글을 옥시 측이 삭제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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