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오후 11시경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신발 가게에 이란인 남성 G 씨(35)가 들어왔다. 신발 깔창을 산 그는 지갑에서 1만 원짜리 지폐를 5장 꺼내 들더니 직원 최모 씨(27·여)에게 매장의 금전출납기를 가리키며 영어와 이란어를 섞어 말하기 시작했다. 일련번호 ‘KK’가 들어가는 5만 원권으로 바꿔 달라는 뜻이었다.
G 씨의 손짓 발짓에 정신을 뺏긴 최 씨는 금전출납기에서 5만 원짜리 지폐 뭉치를 꺼내 들고 G 씨와 함께 ‘KK’ 지폐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돈을 바꾼 G 씨가 고맙다며 매장을 유유히 빠져나간 뒤, 최 씨는 정산을 하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50만 원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3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한 달간 이런 방식으로 현금 1100만 원을 훔친 이란인 형제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3월 초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형 G 씨는 그의 동생(30), 다른 공범 C 씨와 36회에 걸쳐 전국의 편의점 등 매장에 들어가 특정 지폐를 수집하는 척하면서 직원들이 지폐를 살펴보는 동안 ‘밑장 빼기’ 수법으로 지폐 일부를 훔쳤다. 이렇게 훔친 돈을 유흥, 쇼핑, 숙식 등에 쓰던 G 씨 형제는 결국 출국 전날인 5일 오전 1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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