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국가 옥저의 영토인 러시아 연해주에서 기원전 3∼4세기 부여계 동검(銅劍)이 처음 발견됐다. 이 동검은 옥저와 부여의 교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위서동이전 등 문헌상 확인되는 부여와 옥저의 성립 시기는 기원전 2세기인데 이보다 앞선 유물이 발견돼 주목된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고고학)에 따르면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주(연해주) 니콜라옙카 성터 부근에서 부여계 안테나식(촉각식) 동검과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화폐인 ‘칠원일근(桼垣一釿)’이 현지 사학자들에 의해 최근 발견됐다. 동검은 손잡이 끝부분의 장식이 양옆으로 돌출돼 마치 안테나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부여의 대표적인 유물로 꼽힌다.
강 교수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총길이 약 40cm인 이 동검은 4개로 조각 나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칼날 조각의 두께는 0.5∼0.9cm, 최대 너비는 2.2cm다. 칼날의 형태가 길쭉하게 떨어지는 전형적인 세형동검이다. 특이하게 손잡이 아랫부분에 T자형 홈이 파여 있다. 홈 아래로 돌출된 안테나 장식이 붙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새 두 마리가 부리를 아래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다.
동검은 곳곳에 닳은 흔적이 남아 있어 오랫동안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강 교수는 “조각들의 부러진 모습 등을 감안할 때 장례용으로 동검을 땅에 묻으면서 일부러 부러뜨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검 근처에서 발견된 칠원일근은 한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린 직경 3.5cm의 동전. 기원전 3∼4세기에 통용된 이 화폐는 극히 적은 수량만 제작돼 지금껏 한반도나 주변 지역에선 출토된 전례가 없다. 장례를 치르면서 죽은 사람을 위해 동검과 동전을 함께 묻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위나라 화폐는 당시 매우 귀했으며 중원∼요동반도∼연해주로 이어지는 모피 무역 과정에서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검은 초기 옥저가 부여와 교역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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