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치러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변수’가 떠올랐다. 27일 국민의당 원내사령탑으로 추대된 박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만 이번이 세 번째로 만만찮은 협상 상대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다음 달 3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 의원에게 휘둘리지 않고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선이 된 김재경 나경원 유기준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가 출마 의사를 굳히고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물색에 나섰다. 역시 4선인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선거 결과도 안 좋고 해서 나가지 않으려 했는데 주위에서 자꾸 하라고 한다”며 고심 중이라고 했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후 유 의원과 만나 불출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친박(친박근혜)계 후보 2명이 자체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당내에선 비박(비박근혜)계인 나 의원과 충청 출신으로 계파 색채가 옅은 정 당선자 간 양자 구도가 될 거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서울 지역과 비박계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는 나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는 정치권이 바뀌라는 것”이라며 “국회에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권을 노리는 친박 주류 일각에서 전략적으로 나 의원을 밀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 당선자는 ‘박지원 맞수론’을 내세웠다. 그는 “박 의원과는 1988년부터 인연을 쌓아왔다”며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 의원과 긴밀하게 조율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과 정 당선자는 3선 경제통인 김광림 의원(경북 안동)에게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출마선언문 초안을 기자들에게 돌렸다가 출마선언을 일단 보류한 유 의원은 친박 책임론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탈계파’를 선언하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선이 된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갑)에게 러닝메이트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고민 중이며 28일 오후엔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 의원은 “노련하고 경험 많은 분을 상대하려면 참신하고 유연한 리더십이 낫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 달 4일 열린다. 강창일 이상민 조정식 의원(4선)과 민병두 우원식 우상호 홍영표 의원(이상 3선) 등이 후보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의원과 같은 당에 있었기에 만만찮은 상대라는 것을 의원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이 4선이고, 새누리당도 ‘4선 원내대표’가 유력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국민의당과 반목이 심했던 사람은 잘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대표했던 만큼 친노(친노무현) 성향 후보는 어렵다는 의미다. 우원식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원내대변인으로 박 의원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노 진영인 민 의원은 “박 의원 같은 전략가는 전략통이 상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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