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1, 2위를 차지한 한국의 젊은 장인 박지환 씨(34)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23일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음악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폴란드 포즈난에서 끝난 ‘제13회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제작 콩쿠르’에서 그가 출품한 바이올린 두 대가 1위와 2위로 선정됐다. 이 콩쿠르는 바이올린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1835∼1880)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됐다. 4년마다 연주 콩쿠르, 5년마다 제작 콩쿠르가 열린다. 3년마다 열리는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현악기 제작 콩쿠르’ 등과 함께 최고의 콩쿠르로 평가받고 있다. 뒤늦게 수상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 그는 “수상 결과가 늦게 해외에 알려지기도 했고, 아직 국내에서는 현악기 제작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는 92대의 바이올린이 출품됐으며 제작자 1인당 최대 2대까지 출품이 가능하다. 그의 출품작 중 ‘오르소’라고 이름 붙인 악기는 최고상, ‘마샤’라는 악기는 공동 2위에 올랐다. 두 대의 제작 기간은 3개월 정도 걸렸다. 심사 시간은 한 달 정도로 독주와 협연 등을 통해 소리를 심사받고, 바이올린의 제작 완성도, 스타일 등을 따져 순위가 매겨진다.
2011년 제12회 대회에서 김민성 씨(45)가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 제작자의 악기가 1, 2위에 오른 것은 이 콩쿠르에서 세 번째다. 박 씨는 1위에게 주는 2만 유로(약 2600만 원) 등 총 2만3000유로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트럼펫 주자로 활동했던 아버지 임영일 씨의 영향으로 트럼펫 주자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군 제대 뒤 악기 제작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든 것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이 좋았다. 악기 제작은 아기를 낳듯 살아있는 새 생명을 만드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2005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스트라디바리 현악기 제작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2010년 졸업한 뒤 지난해 현지에서 자신의 공방을 열었다. 2012년 크레모나 트리엔날레 비올라 부문 8위, 지난해 같은 대회 첼로 부문 8위, 바이올린 부문에 한국인 최초로 입상을 했다. 그는 일찍 인정받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현악기 제작자의 전성기는 일을 시작한 뒤 20년 뒤입니다. 그래서 보통 40대 후반부터 빛을 발합니다. 이번 콩쿠르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찾는 악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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