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전략경제대화서 날선 공방
시진핑 “북핵, 美와 공조”에 케리 “보조 맞춰야” 일침
남중국해 문제도 “상호존중 필요” vs “일방행동 안돼”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6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8차 전략경제대화에서 세계 안보와 경제 패권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 돌입했다.
미중의 안보와 경제 수장(首長)들이 머리를 맞댄 이번 대화는 한반도 등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상회담 다음으로 격이 높은 이번 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후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만남이다. 미 정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의 대북 거래 의혹 조사 카드로 미중 갈등이 표면으로 노출된 후 열렸다는 점에서 시점도 미묘하다.
양국은 이날 시작부터 속내를 숨기지 않고 날을 바짝 세웠다. 시 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한반도 핵 문제 등에 대해 (미중은)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에 미온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중국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압박 명분 때문에 북한이 가져다주는 전략적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대북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마땅히 보조를 맞추고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이행을 거듭 압박했다. 이미 ‘협조하고 있다’는 시 주석에게 ‘더 강력하게 협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기반으로 한 전면적 압박으로 이란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듯이 미 정부는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 주석 면전에서 밝힌 것이다.
G2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상징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철강 등 통상 마찰 이슈에서도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일부 갈등은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은 상호 존중,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 등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히 통제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지나친 개입을 경고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그 어떤 국가도 해양 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추구할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중국의 철강 생산 설비 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좀먹는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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