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대북 압박에 관한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성격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2009년 이후 매년 전략경제대화를 갖고 있지만 한반도 이슈가 이번처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개막사를 통해 북한을 감싸려는 중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압박했다. 케리 장관은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엄격한 대북제재를 통과시켰다”며 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양국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그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만들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대북제재를 완전하게 집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중국을 향해 미국 외교 수장(首長)이 나서 “이 정도론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불만에는 전략경제대화 개막 닷새 전인 이달 1일 시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겉으론 철저한 대북제재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개발 반대’라는 명분에 찬성해 유엔 제재에도 적극 참여했지만 강한 압박으로 인해 북-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제로섬 게임이나 대결 충돌은 이미 시의에 적합하지 않게 됐으며, ‘같은 배를 타고 같이 어려움을 극복(同舟共濟)’하고 ‘협력해 함께 이기는 것(合作共영)’이 시대의 요구”라며 미중 협력을 부쩍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가 ‘신형대국 관계’로 원만히 발전되기를 바라는 뜻을 송사(宋詞)의 한 구절로 표현했다. 그는 송나라 시인 신기질(辛棄疾)의 ‘청산서부주 필경동류거’(靑山遮不住 畢竟東流去·흐르는 물은 청산도 막을 수 없어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 구절에 대해 “많은 곡절이 있어도 미중이 방향을 잘 잡으면 결국은 양국과 국민에게 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떠 있는 구름(잠깐 지나는 현안)이 눈을 가려 전략적 오판을 하게 하는 것을 막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전략적인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상호 신뢰 증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 필요성을 촉구하는 미국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중국이 대북제재에 계속 미온적일 경우 2월 발효된 대북제재 강화법을 근거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인권 유린, 사이버 해킹 등과 관련된 제3의 기업, 개인을 의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외교역의 90%가량이 대중 교역인 만큼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중국의 상당수 기업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케리 장관은 6일 대화 개막 연설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그 어떤 국가도 해양 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국제준칙을 준수하고 대화 등의 평화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앞서 5일 몽골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은 도발이자 지역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은 대화를 시작하는 6일 필리핀 해군과 5일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 인근에서 연례 연합훈련(CARAT)을 시작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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