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최악 총기테러]美대선 판도 뒤흔들 이슈 부상
트럼프, 오바마 공격… 주도권 노려, 수세 몰린 힐러리 “性소수자 응원”
‘총기규제 강화’ 집중 제기할 듯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테러는 미국 대선 지형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메가톤급 재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이번 테러를 안보 이슈에 민감한 전통 공화당원들을 결집할 호기로 보고 당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총기 규제가 느슨해 벌어진 일이라며 지지층인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후보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이번 사건을 대테러 정책과 이민 정책을 집중 부각시킬 호재로 삼을 작정이다. 최근 멕시코계인 곤살로 쿠리엘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흔들린 주도권을 이참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직후처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절호의 찬스라는 속내가 읽힌다. 트럼프는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9·11테러의 상흔이 남아있는 미국인에게 이슬람 테러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우리의 리더십은 약하고 무기력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며 클린턴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트럼프는 13일 뉴햄프셔 주 유세에서 이메일 스캔들 등 클린턴의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참이었지만 대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로 토픽을 바꿀 계획이라고 CNN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협력으로 상승세를 타던 클린턴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 현 정부의 초기 대테러 정책을 이끌었다.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끔찍한 테러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하나”라고 적었다. 그는 15일 위스콘신 주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작하려 했던 합동 유세도 취소했다.
클린턴은 무분별한 총기 소유로 사고가 벌어졌다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원 조회를 거친 사람만 총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클린턴은 또 “성소수자 사회는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응원한다는 걸 알아 달라. 나도 그중 한 명”이라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동성애자를 위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상투적이고 뻔한 정치적 공격에만 매진할 뿐 정작 실질적으로 나라를 안전하게 할 대테러 전략은 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테러가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IS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총기 규제가 테러와 이민자 이슈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보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에 유리한 이슈여서 당장은 트럼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고 직후 보인 반응을 놓고 ‘자질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그는 트위터에 “올랜도에서 정말 나쁜 총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적었다. 이를 놓고 국가 안보를 이끌어갈 대선 후보의 메시지치곤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폭스뉴스에서는 “올랜도 난사범보다 더 흉악한 뜻을 품은 사람들이 나돌아 다닌다. 미국에 수천 명은 된다”며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급진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피터 버겐은 CNN에 “두 진영은 이번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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