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 결정과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한편 권성동 사무총장을 경질할 뜻을 밝혔다. 지상욱 당 대변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통합과 혁신을 완수하기 위해 고심 끝에 대승적으로 혁신비대위의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권 사무총장이 자신의 교체 발표에 반발하고 비박(비박근혜)계도 이에 동조하고 나서 계파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정 원내대표가 16일 비대위 탈당파 복당 투표 때 김 위원장에게 부적절한 언사를 쓴 데 대해 어제 오전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일 때만 해도 김 위원장은 “당에 신뢰도 없고, 기강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다시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오후 당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친박계 요구대로 비박계 권 사무총장의 사퇴를 권고한 것은 당의 내분에 부채질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주 김 위원장이 당무를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그가 유 의원 복당에 반대하는 청와대와 친박의 압박에 맞서 사퇴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다. 알고 보니 김 위원장은 자신의 복당안 표결 거부에 정 원내대표가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거부하는 것은 중대 범죄행위”라고 말한 데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표결과 결과 발표까지 다 마쳤던 김 위원장이 어제 헌법 책자까지 들고 나와 “이번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은 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괄 복당 결론이 김 위원장의 의중과 달랐다고 해도 만일 그가 “모든 결정은 내 책임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면 자신과 비대위의 권위도 세우고 당 혁신도 한층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 의원에 이어 김 위원장까지 당내 문제를 놓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여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흔드는 수준이란 말인가.
청와대도 복당 문제를 빨리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부 후반 당청 관계의 무게중심이 청와대에서 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이 기왕 당무 복귀를 결심했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춰 당의 혁신에만 전념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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