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에 외국인을 가장해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챙겼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66)이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손자회사의 대주주와 허위로 채권채무 관계를 맺고 ‘차용증’을 작성해 정상 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와 관련해 “회사 윗선의 지시로 고의로 회계를 조작했다”는 임직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9일 남 전 사장 측과 부산국제물류(BIDC) 대주주인 휴맥스해운항공 회장 정준택 씨(65·구속)가 평소 채권채무 관계가 있었던 것처럼 차용증을 작성하는 등 허위로 꾸며진 서류 뭉치를 확보했다. 차용증 등 관련 자료는 비교적 최근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과 정 씨는 대학 동창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손자회사인 BIDC의 숨은 주주로 배당 수익을 챙긴 사실을 적법한 거래에 따라 발생한 것처럼 숨기기 위해 정 씨와 짜고 허위로 서류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자회사 디섹을 통해 정 씨가 대주주인 BIDC 지분 80.2%를 사들이게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부터 BIDC를 육상과 해상 운송 거래를 중간 관리하는 회사로 끌어들여 100억 원이 넘는 운송 수익을 챙겨 줬다. 이후 정 씨가 설립을 주도한 싱가포르 소재 회사 N홀딩스가 BIDC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남 전 사장도 10억 원대 자금을 투자해 외국인 명의를 빌려 N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배당 수익을 챙겨 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거래는 대우조선해양에 부실이 누적돼 있을 때도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선 검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정상 거래로 속이려 한 정황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정 씨에게 증거 위조 교사 혐의를 적용한 검찰은 남 전 사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남 전 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의적 분식회계 의혹은 검찰의 강제 수사 착수 일주일 만에 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수조 원대에 이르는 고의적 회계 분식이 있었고, 이는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고의적 회계분식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이 묵인한 정황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그동안 이뤄진 대기업들의 분식회계와도 성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기업의 회계분식은 기업회계 처리가 불투명한 ‘과도기적 재벌 체제’에서 수년간 서서히 누적돼 발생한 조작이었다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회계 처리가 비교적 투명하게 이뤄지는 시기에 ‘업종 특성’을 내세워 단시일에 고의적으로 저질러졌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흑자라고 했던 2013년과 2014년 영업실적을 최근 각각 7731억 원, 7377억 원 적자로 정정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이 같은 차이가 조선업 회계 처리 방식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규모를 확정지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흑자로 공시했던 2013년과 2014년에 금융권에서 받은 장기, 단기 차입금이 각각 3조9177억 원, 4조3622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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