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 테러의 사망자가 41명이나 된다. 올해 터키에서 발생한 11건의 테러 가운데 희생자 규모가 가장 크다. 터키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테러가 올 상반기에 급증하면서 터키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급감했다. 시리아 내전이 끝을 보이자 ‘중동의 화약고’가 터키로 옮겨 간 모양새다. ○ 택시 타고 나타난 테러범 3명, 총기 난사 후 자폭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경 터키 최대 공항인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의 테러범들은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세 차례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2명은 AK-47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국제선 터미널로 들어가 보안검색대 앞에서 경찰에게 제지당하자 총격전을 벌인 뒤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 1명은 공항 주차장에서 자폭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집으로 향하던 폴 루스 씨(77)는 로이터통신에 “국제선 출국장에서 한 남성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했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모두 쏴 버렸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공항 내 미용실에 숨어 있던 이라크계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인 스티븐 나빌 씨는 텔레그래프에 “10∼15분간 총격이 이어진 다음 큰 폭발음이 들렸다. 하지만 그 시간이 3배 이상 길게 느껴졌다. 살아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부상자 239명 가운데 중상자들이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러 후 7시간 만에 공항은 운영을 재개했지만 숙소를 찾지 못한 이용객들이 공항 일대에서 노숙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 터키, 최근 1년간 테러로 최소 283명 사망
2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14건의 주요 테러가 발생해 최소 283명이 숨졌다. 지난해 하반기 3건에 그쳤던 테러는 올 상반기에 1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이스탄불에서만 4건의 테러가 터져 최소 69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 정부는 IS와 PKK를 테러의 주범으로 꼽았다. 이번 공항 테러도 IS가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일원인 터키는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과 시리아 공습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수세에 몰린 IS가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로 터키에 반격하고 있는 것이다. NYT는 “터키가 27일 (이슬람권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것도 IS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PKK가 최근 테러를 적극 감행하는 것은 터키 정부와 2년 반 동안 유지했던 휴전이 지난해 7월 깨져 전시 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PKK는 터키 동남부에서 독립을 요구하며 1984년부터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다.
터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급감하고 있다. 5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34.7%나 줄어 1990년대 이후 월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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