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의원 242명의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는 어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등 개헌 찬성 정당들이 압승했다. 오늘 새벽 끝난 개표에서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개헌찬성 2개 야당 등 ‘개헌 4당’이 비(非)교체 의석을 포함해 161석을 차지했다. 개헌을 지지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합하면 165석으로 전체 참의원 의석의 3분의 2(162석)를 넘었다. 개헌에 반대하는 민진당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후보를 세웠지만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해 참패했다.
양원제 의회인 일본에서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거쳐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친 뒤 유권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의원은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만 합해도 이미 3분의 2를 넘는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파들이 3분의 2를 돌파하면서 1946년 현행 일본 헌법이 만들어진지 70년 만에 개헌세력이 중·참의원 모두 개헌발의가 가능한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 개헌 거부감이 적지 않지만 자민당 등 보수 세력의 숙원인 개헌으로 가는 중대한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아베 총리는 올해 3월 임기 중 개헌 문제를 완수하고 싶다고 했다. 총리 취임 전에도 “현행 헌법은 일본이 점령당한 시기에 점령군 손으로 만들어졌다”며 개헌을 위한 국민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개헌 4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를 개정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일본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민감한 사안인 개헌 문제를 피하고 아베노믹스 지지를 호소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참의원 선거 승리를 기폭제로 개헌을 향해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개헌은 국내 문제이면서도 제국주의 일본의 아시아 침략 역사와 맞물려 한국 중국의 경계심을 부를 소지가 크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발등의 불로 여기는 한미일(韓美日) 3국과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간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우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 선거 결과에 고무돼 개헌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동북아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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