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닉슨’ 베끼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美 공화당 전당대회]
닉슨, 1960년대 혼란의 시대 규정… 백인 주류사회 가치회복 내세워
트럼프측 “닉슨 연설 본보기로 삼아” NYT “어울리지 않는 조합” 지적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 대관식이 열릴 클리블랜드 전당대회가 다른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특함을 과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나는 내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남겼다.

하지만 트럼프의 클리블랜드 전당대회가 1968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공화당)의 마이애미 전당대회를 대놓고 베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트럼프 선거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낙마한 닉슨의 자랑스러운 후계자로서 트럼프를 묘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닉슨은 베트남전 반대 시위와 인종 갈등, 히피 문화 확산 등 과도한 자유주의적 분위기로 소란스러웠던 1960년대를 혼란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를 종식시키기 위해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백인 주류사회의 가치 회복을 내세웠다. 트럼프 역시 테러리즘과 불법 이민자, 무슬림 및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 정책에 백인 노동자 계층이 느끼는 불안감과 피로감을 파고들면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닉슨처럼 대선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폴 매너포트 선대위원장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1일에 있을 트럼프의 후보 수락연설이 48년 전 닉슨의 연설을 본보기로 삼았다면서 “당시 연설은 오늘날 대부분의 이슈와 궤를 같이한다”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트럼프 자신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1968년 상황의 닉슨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닉슨은 세상이 무너져 갈 때 사람들이 미국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1960년대는 진짜 안 좋았다. 지금도 진짜 안 좋다. 미국인들은 (1960년대의) 혼돈이 다시 찾아왔다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닉슨은 유권자의 약 90%가 백인이었던 시절의 정통파 정치인이었던 반면 트럼프는 유권자의 30%가 소수인종인 시대의 반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또 당시 닉슨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가난하게 자란 소년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교외 거주자(중상류층)를 주된 청중으로 삼아 미국 사회의 통합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동부의 부잣집 아들로 자라서 중하층 백인을 대상으로 인종과 종교 차별 발언을 일삼는다는 점에서 닉슨과 트럼프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가 무리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국#대선#트럼프#전당대회#공화당#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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