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본격수사… “매우 심각한 사안”
美국무부 “수사 지켜봐야” 신중… 어산지 “힐러리 측의 물타기”
민주당전국위원회(DNC) e메일 유출 사건 수사에 나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측근도 사이버 공격을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NYT는 이들에 대한 피해 여부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수사 당국은 공격 시도 흔적을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FBI는 이날 성명에서 “이런 공격은 FBI가 매우 심각하게 다루는 사안”이라며 “사이버 공간을 위협하는 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FBI는 이미 올봄부터 DNC에 대한 사이버 공격 사건을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익명의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DNC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고 사설업체를 고용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수집된 해킹 정보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건이 러시아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DNC의 의뢰를 받아 자체 조사를 진행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같은 사설 보안업체와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러시아 해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사이버 전문가 토머스 리드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유출된 문건 중 하나에는 러시아 알파벳으로 쓰여 있는 하이퍼링크 에러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며 이는 “해당 문건이 러시아어로 설정돼 있는 프로그램으로 편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꾸준히 사이버보안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어떤 일이, 무슨 의도를 갖고 일어났는지 결론 내리기 전에 FBI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메일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미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 배후설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다”며 “우리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으며 배후설은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클린턴 측의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차원의 정보 전쟁을 우려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배후설이 맞다면) 정보의 무기화를 뜻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정보 전쟁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도 법률 전문 웹사이트 ‘로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한 나라 정보기관이 타국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비밀스러운 수단을 사용하는 건 새롭지 않지만 컴퓨터 해킹을 통한 e메일 유출이란 방법은 새롭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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