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에서부터 연신 머리를 털어대던 몽이라는 이름의 믹스견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귀가 좀 안 좋긴 했는데 며칠 전부터 귀를 심하게 털길래 닦아주려고 했더니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귀를 살펴보니 왼쪽 귀의 납작 해야 할 연골 부분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부풀어 오른 부분을 작은 주사 바늘로 뽑아 보니 혈액성 액체가 나왔다. 이개 혈종(aural hematomas)이었다.
'이개 혈종'이란 귀의 피부와 연골 사이에 혈액이 차올라 혹을 만드는 것이다. 귀 속에 있는 혈관이 손상되면서 또는 연골이 부러지면서 출혈로 인해 생기게 된다. 개와 고양이 모두에서 생길 수 있으나 개에서 좀더 흔하고 특히 리트리버나 페키니즈처럼 귀 덮개가 아래로 처져 있는 견종에서 흔하다.
만성적인 외이염이나, 귀 진드기 또는 알레르기처럼 귀에 간지러움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는 경우 귀를 긁거나 터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게 된다. 빠른 시간 내에 생기기 때문에 갑자기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른 통증도 심하다.
혈종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염증으로 발전하거나 귀의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레슬링이나 유도 선수들의 귀를 떠 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혈종을 제거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혈종 부위의 혈액을 단순히 주사기로 뽑아 주는 방법도 있지만 재발이 잦고 2차 세균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 수술적으로 교정하는 방법을 주로 추천한다.
혈종이 있는 부분의 피부를 길게 절개하고 안에 고인 혈액을 제거 한 후 절개선 주변 부를 여러 군데 봉합해줌으로써 연골과 피부 사이 공간을 붙여주는 수술이 가장 일반적이다.
다만 수술로 교정을 하더라도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 또 생기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귀를 긁거나 털지 않도록 주의하고 귀를 간지러워 하는 증상이 보이는 즉시 병원에 내원 하는 것이 좋다.
혈종까지 진행되지는 않지만 귀 끝부분에 모세혈관이 터져서 염증이 생긴 경우도 흔하다.
특히 말티즈 견에서 귀 털까지 모두 민 형태의 미용이나, 과도한 귀 세정과 귀속 털 뽑기 등의 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용 후에 관찰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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