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오늘 오전 막을 내린다. 한국은 금메달 9개로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인 10개를 채우지 못했고, 총 메달 수도 21개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최저다. 그러나 선수들은 메달을 따고 못 따고 승부와도 상관없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만족하는 진정한 올림피안의 모습을 보여줬다.
골프 여제(女帝) 박인비 선수는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서 금메달을 땄다.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그는 왜 올림픽 출전권을 후배에게 양보하지 않느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한국 여자 골프가 세계 최정상임을 확인시켰다. 메달을 목에 건 뒤 “몸에 남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기분”이라는 말로 치열했던 자신과의 싸움을 토로했다.
손연재 선수는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내게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는 신세대다운 발랄함으로 ‘메달 콤플렉스’를 멀리 던져 버렸다. 그는 “나는 금메달리스트가 아니지만 자부할 수 있는 건 느려도 계속해서 노력해왔고 발전해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선을 다한 손 선수에게 100점 그 이상을 주고 싶다.
남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는 결승전에서 10 대 14로 뒤진 상황에서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여러 차례 되뇌며 막판에 5점을 거푸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태권도 간판스타 이대훈 선수는 8강 대결에서 졌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경험을 했다”며 담담히 패배를 인정했고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땄을 때는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가져갈 수 있어 기쁘다”고 자부했다.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 도전에 실패한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가 팔이 빠진 상태에서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따내 뭉클하게 했다. 37세의 나이로 사격에서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 선수는 “은퇴하라는 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라며 4년 후 도쿄 올림픽에서의 4연패 도전을 다짐했다.
중국과 일본이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반면 한국은 예선 통과도 못 하는 부진함을 보인 것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아쉬운 과제다. 중국은 육상에서 2개, 수영에서 1개, 일본은 수영에서 2개, 체조에서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일본과 중국은 남자 400m 계주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이뤘다. 기초 종목의 저변을 확대하고 우수 선수를 발굴·지원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 4년 후, 8년 후엔 부진을 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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