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두 정상, 사실상 마지막 회담
시진핑 “美, 中전략이익 존중하길” 오바마 “中, 남중국해 판결 수용해야”
백악관 발표문엔 사드 대목 빠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중국 항저우(杭州)의 시후국빈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회동은 두 사람에게는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다. 내년 1월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도 2013년 6월 캘리포니아 주 서니랜즈에서 첫 회담을 가질 때부터 내세웠던 ‘신형대국 관계’가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오바마의 후임 대통령에게도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서로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우호적인 분위기는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식 전엔 팔꿈치 부분까지 부여잡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공항 영접에서부터 정상회담장에 이르기까지 의전 측면에서 미국을 홀대하고 견제하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 껄끄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른 의무 준수를 강조하며 시 주석을 압박했다. 중국 주변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며 중국을 옥죄기도 했다. 회담에 앞서 가진 CNN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필리핀이나 베트남보다 큰 나라라고 해서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우회하거나 근육질을 과시할 수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백악관이 회담 후 발표한 자료에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대목은 빠져 있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마지막 미중 정상회담인 만큼 파리기후협정 등 양측이 합의를 본 내용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시 주석 발언을 보면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이른바 ‘한반도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남중국해 문제도 주권 수호와 해양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쟁점에선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다만 중국이 처음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듯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종교와 인권 탄압, 사이버 안보, 중국시장의 폐쇄성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소개하지 않았다. 오바마의 비판에 시 주석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 모멘텀을 제공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책임”이라며 경제로 화제를 돌렸다. 회담이 열린 시후국빈관은 44년 전 양국 수교의 디딤돌인 ‘상하이 코뮈니케’가 합의된 역사적인 장소라는 점도 시 주석은 언급했다. 이날 안보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핵심 참모가 참여한 정상회담과 양국 정상이 국빈관 옆 시후(西湖) 호 주변을 걷다 차를 마시고 산책 등 비공식 회담까지 합쳐 4시간 넘게 회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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