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4조 돌파… 사상 최대 수준
7월 지수 690 후반때 융자 급증… 손실 커져 증권사 청산매매 우려
10월 만기 돌아와 불안 더 커져… 거래소 “시장 활성화” 긴급 간담회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이 8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변동성이 큰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코스닥시장이 연중 최고치로 올랐던 7월 신용융자가 급증해 신용융자 만기가 돌아오는 10월에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코스닥 신용융자, 코스피보다 1조 원 많아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현재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액은 7조6488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6조5000억 원대였던 신용융자 잔액이 7조 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이다. 6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3조3201억 원, 코스닥시장은 4조3286억 원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가 작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이 오히려 1조 원가량 많은 셈이다. 신용융자 잔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유가증권시장은 0.26%, 코스닥시장은 2.1%로 조사됐다.
신용융자 잔액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특히 개인 비중이 높고 투기 성향이 강한 코스닥시장에서 이처럼 빚을 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용융자 잔액이 늘어나면 시장 변동성도 커진다. 빚내서 투자하다가 손해를 본 개인들은 주가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매물을 내놓아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증권사에서 청산 매매에 들어가 주가 하락 압력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해석한다. 김학균 미래에셋 투자분석부장도 “신용융자 잔액 규모가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경우) 일시적 조정에도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증시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10월 만기 몰려 부담 커질 수도”
문제는 올해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올랐을 때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수가 690 선 후반에 안착한 7월 7일 3조8462억 원이었던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700 선을 돌파하자 4조 원대로 늘었다. 8월 18일에 4조4148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8월 19일 이후 약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만 6.41% 하락했다. 7월 들어 빚을 내 코스닥에 투자했던 개인들의 대부분이 5%에 가까운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7월 초 신용융자에 대한 만기가 돌아오는 10월까지 코스닥지수가 700 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개인들의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기업들의 3분기(7∼9월) 이익 기대치가 2분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중소형주가 들어있던 펀드의 환매도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부진이 지속되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기관투자가와의 시황 간담회를 열고 업계와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