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진해운의 핵심 자산 빼돌리기 의혹 조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8일 00시 00분


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알짜 자산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컨테이너터미널, 부산 한진해운 신항만,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등 총 2300억 원 규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어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다 가져갔다”며 사실상의 자산 빼돌리기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긴급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자산 매입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믿기 어렵다. 통합도산법 101조는 법정관리 신청 1년 전까지의 기간에 다른 채권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자산 매각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자산을 적정 가격보다 낮게 매입했다면 통합도산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예 한진해운이 청산될 것으로 보고 배가 가라앉기 전 쓸 만한 물건을 건져둔 행위를 한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도 한진그룹의 자산 빼돌리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 측을 믿고 싶다. 이런 언급 자체가 (한진그룹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실덩어리 기업을 국가예산으로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마당에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이 남아 있다면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밀려나더라도 독자 영업이 가능했을 것이다.

더민주당 최인호 최고위원은 “(한진해운) 오너들이 기업을 거의 방치하고 개인의 몫만 수백억 원 이상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실제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2014년 부채비율이 1445%에 이르는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을 넘기고 물러났다. 그러고도 2000억 원대의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한 채 연간 임대료만 140억 원, 1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부실경영 책임자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다.

채권단이 자산 매각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고 부실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현 정부 구조조정의 한계가 확인됐다. 법원은 한진해운 관리인, 회계법인, 감정평가법인으로 검증팀을 구성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바란다. 앞으로 계속될 구조조정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도 대주주의 재산 빼돌리기를 눈감아 줄 순 없다.
#한진해운#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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