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하 공방이 끝난 지금 다음 흑의 한 수가 매우 어렵다. 바둑판은 넓고 두고 싶은 곳은 많다. 어디가 100% 정답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들은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가 허물면서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찾아낸다.
박정환 9단의 선택은 좌상 귀를 날 일 자로 씌우는 흑 37. 이곳을 차지해 놓고 우상의 38의 곳, 좌변의 39의 곳을 맞보기로 하자는 전략이다. 실전 백 38, 흑 39는 서로 자신의 안위부터 돌보는 무난한 진행.
백은 40으로 좌하에서 일단 흑을 눌러 놓고 42로 좌상에서 정석 수순을 진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흑은 백의 의도대로 따라 줄 생각이 전혀 없다. 흑은 43으로 젖히는 강수를 들고 나온다. 이것도 물론 정석인데 복잡해서 프로들도 잘 선택하지 않는다. 멀리 흑 39가 응원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이미 39를 둘 때부터 생각해 놓은 것 같다.
이어 45까지는 당연한 수순인데 이때가 어렵다. 참고도를 보자. 보통 정석이라면 백 1, 3으로 젖혀 잇는 것. 백 11까지는 가장 간명한 정석인데 흑 39가 천금같은 자리에 있어 백 석 점이 무사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백은 완전히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어떤 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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