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대통령’을 뽑는 미국 대선이 8일로 정확히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의 맹추격과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의 하락세로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발표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남캘리포니아대(USC) 공동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는 44%로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미 대선은 전체 유권자 득표가 아니라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전체 538명)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여론조사기관인 서베이몽키와 지난달 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해 이날 공개한 미 50개 주 전체 판세 분석에 따르면 클린턴이 선거인단 싸움에서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 신용평가업체 무디스가 운영하는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이날 클린턴이 332명을 확보해 206명의 트럼프를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 클린턴, 플로리다만 이겨도 백악관행 유력
WP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는 50개 주 가운데 각각 20개 주에서 4%포인트 이상 우세를 차지해 표면적으로는 치열한 경합세를 보였다. 하지만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가 다른 만큼 대의원 수가 많은 주와 지지율이 비슷한 경합 주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최종 희비가 갈린다. 클린턴이 바로 이 싸움에서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클린턴은 이 조사에서 244명을, 트럼프는 1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경합 주에 걸린 168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클린턴이 대형 경합 주인 플로리다(29명)만 차지해도 과반(270명)을 넘어 백악관행을 결정짓게 된다.
현재 경합 주 사정은 트럼프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특히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 조지아 애리조나 등이 경합 주로 분류돼 있는 게 주목할 만하다. 38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텍사스는 1980년 이후 공화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을 만큼 보수색이 짙은 곳이지만, 경선 경쟁자였던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역구라는 게 걸림돌이다. 크루즈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양심껏 투표하라”며 사실상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경선 후에도 여전히 트럼프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부시 가문의 텃밭이기도 하다.
16명이 걸린 조지아 주는 1980년 이후 단 한 차례(1992년 빌 클린턴)를 제외하고 공화당 후보가 이긴 곳인데, WP 분석에선 두 후보 모두 46%로 동률로 나왔다. 조지아의 흑인 표를 클린턴이 파고든 결과로 해석된다.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합 주도 있다.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미 중부 공업지대)이자 역대 모든 공화당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던 오하이오 주에서 트럼프가 46%로 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민주당이 세를 확산한 것으로 평가받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도 46%로 동률이다. ○ 트럼프, 백인 대졸자에서 클린턴에게 뒤져
연령과 성별 지지도에서도 둘은 극과 극의 대조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백인보다 비(非)백인 지지율이 31%포인트 높고, 트럼프는 거꾸로 백인 지지율이 비백인 지지율보다 31%포인트 높다. 또 클린턴은 남성보다 여성 지지율이 14%포인트, 트럼프는 남성 지지율이 16%포인트 높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42%)보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56%)를 밀었던 백인 대졸자들이 트럼프보다 클린턴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게 특이할 만하다. 클린턴은 31개 주에서 백인 대졸자들의 지지를 더 받았고, 트럼프는 13개 주에 그쳤다. WP는 “오피니언 리더가 많은 백인 대졸자들이 트럼프의 막말과 주요 공약을 놓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에 신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준비된 후보론” vs “클린턴의 약점 집중 공략”
두 후보는 주요 경합 주를 돌면서도 최대 분수령인 3차례의 TV토론(9월 26일, 10월 9일, 10월 19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클린턴은 지지율 격차를 벌려 승부를 결정지을 계획이고, 트럼프는 확실한 역전에 나서겠다고 벼른다. CNN에 따르면 클린턴은 ‘준비된 후보론’을 내세워 외교안보, 국제 정세 등 주요 이슈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제기된 클린턴재단, 개인 e메일 논란을 앞세워 ‘부정직한 힐러리’ 이미지를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두 후보는 6일 유세에서도 이런 전략하에 상대를 공격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이날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비치에서 예비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 등을 거론하자 “그는 IS를 격퇴할 비밀 대책이 있다고 하는데, 그 비밀은 그가 아무런 계획도 없다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트럼프는 클린턴재단 논란에 대해 “클린턴재단은 정치 역사상 가장 부패한 사업”이라고 힐난했다.
한때 클린턴의 경선 대항마로 거론됐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다 펼쳐 놓아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진심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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