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울고 싶은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8일 03시 00분


작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관객 수는 496만여 명.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순위 3위다. 시골에서 도시로 막 이사한 11세 소녀 라일리의 불안한 심정을 조명한 작품인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라일리의 머릿속엔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 등 다섯 감정친구가 사는데 이 중 슬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점에서 인상적이다.

▷영화 속 감정친구들은 온갖 방법으로 주인공이 슬픔을 외면하도록 분투했지만 결국 라일리를 치유한 결정적 동력은 슬픔이다. 삶의 행복이란 기쁨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슬픔을 직시할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묵직했다. 울음은 슬픔을 마주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일본에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슬픈 동영상을 보고 울음으로 마음을 추스르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행사 제목은 ‘루이카스(淚活)’, 2013년 시작해 지금까지 150회를 넘어섰다.

▷TV 코미디를 봐도 여럿이 함께 볼 때 더 많이 웃기 마련이다. 웃음의 전염성이 강하듯 울고 싶은 사람들 역시 옆에서 우는 것만 봐도 감정몰입이 더 쉬운가 보다. ‘루이카스’에는 여성들이 더 많지만 남성의 경우 4050세대가 많다. 나이 든 아저씨가 굳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우는 이유는? 직장에서 울면 ‘나약한 인간’으로 찍힐 테고, 집에서 울었다간 가족들이 놀라고 가슴 아파할 것이 뻔하니 마음 편히 울 곳도 없다는 고백이다. 울음의 순기능을 십분 이해해도 엉엉 우는 중년 남성을 떠올리자니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짠해온다.

▷2009년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린 뒤 기분과 심리 상태가 나아졌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눈물을 훌쩍이며 울다 보면 호흡이 느려지는 진정 효과와 함께 스트레스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슬픔도 기쁨만큼 소중히 보듬어야 할 감정임에 틀림없다. 슬픔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유쾌한 자극이 늘어나고 웃음 바이러스가 활성화하면 좋겠지만 이도저도 쉽지 않은 신산한 일상. 힘들 땐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좋을 텐데.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인사이드 아웃#루이카스#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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