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모은 거미 표본이 15만 점이나 되더군요. 농촌 지역에 제대로 된 거미박물관을 세우고 해충을 잡아먹는 거미 특성을 계속 연구하는 게 꿈입니다.”
5일 경기 안성시의 한 건물. 이곳에 있는 건국대 생명환경연구소 김승태 교수(51·사진)의 개인연구실에 들어서자 거미 표본이 들어있는 상자 수백 개가 눈에 들어왔다.
김 교수는 “거미 표본은 15만 점, 600종 정도로 대부분의 국내 거미 종을 포함하고 있다”며 “거미를 본떠 만든 장식품이나 장난감 같은 물품은 4500점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거미 전문가’다. 거미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한다. 최근에는 거미의 방제 생물로서의 역할과 거미 독의 생리적 역할을 연구 중이다. 현재 학계에서 활동하는 거미 전공 박사는 한 손에 다 꼽을 정도다.
김 교수가 거미 표본과 관련 물품을 모으기 시작한 건 1991년 원로 거미 전문가인 임문순 전 건국대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던 당시다. 부친이 미국 출장길에 사다 준 거미 모양 장식품을 보고 “재미있겠다” 싶어 수집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김 교수는 세계 80개국 문화재청에 편지를 써 해당 국가 고유의 거미 장식품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고 사들였다. 1900년대 아프리카에서 주술 도구로 쓰였던 거미 가면부터 최신형 ‘스파이더맨’ 모형까지 가리지 않고 모았다. 거미와 관련된 고서(古書)도 100여 권 갖고 있다. 곤충학자 파브르가 쓴 거미 해설서 ‘거미기’의 초판과 아일랜드 곤충학자 토머스 워크먼이 쓴 책 ‘말레이시아 거미’ 초판은 가장 아끼는 소장품이다.
거미 표본은 국내외에서 직접 채집한 것이 대부분이다. 김 교수의 꿈은 수집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다. 다른 거미박물관이 해외 종 거미 표본을 주로 전시하는 것과 달리 거미 장난감과 장식품, 토종 거미 표본과 살아있는 거미까지 볼 수 있는 ‘한국거미박물관 건립 방안’ 구상을 마쳤다.
김 교수는 “거미는 해충의 천적으로 농업에서 중요한 생물”이라며 “농촌에 거미박물관을 지어 25년간 모은 수집품이 귀중한 자료로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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