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품 끼워넣기 ‘꼼수’에 속수무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8일 03시 00분


포장 사니 추석선물세트 따라올 판… 과대포장 단속현장 가보니
로봇장난감-조립블록은 내부 안보여 손으로 흔들어보며 ‘빈공간’ 가늠
과태료 100만원 그쳐 실효성 없어

7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추석 선물세트 합동점검에서 적발된 키위 선물상자. 과일을 충전재 사이에 넣어 상자 단위(왼쪽 사진)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충전재를 빼자 상자 대비 50%를 채우는 데 그쳤다. 과일 종합선물세트는 포장상자 대비 내용물이 
75% 이상을 채워야 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7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추석 선물세트 합동점검에서 적발된 키위 선물상자. 과일을 충전재 사이에 넣어 상자 단위(왼쪽 사진)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충전재를 빼자 상자 대비 50%를 채우는 데 그쳤다. 과일 종합선물세트는 포장상자 대비 내용물이 75% 이상을 채워야 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부피가 큰 증정품을 넣어서 함께 포장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갑니다. 특히나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상자는 과대포장이 의심되지만 뜯어보기 쉽지 않지요. 꼼수가 많아 단속하기 쉽지 않네요.”

외형과 치장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포장 폐기물만 매일 2만 t에 달하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9일까지 추석 선물 과대포장 특별단속에 나섰다. 6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 구청 공무원, 한국환경공단 직원과 함께 기자도 동행 취재했다. 과대포장이 의심되는 제품이 많았으나 각종 꼼수 탓에 단속이 쉽지 않았다.

와인이 2병 담긴 선물세트 상자는 병을 제외하고 빈 공간이 절반 이상 됐으나 단속을 피해갔다. 증정품인 병따개와 병마개도 내용물에 포함돼 충전재로 보호했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포장을 늘린 셈이나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 포장규정에 따르면 통조림이나 치약 등 기존에 판매되는 제품을 선물세트 형식으로 여러 개 모아 포장한 ‘종합제품’의 경우 박스의 75% 이상이 물건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러나 증정품을 끼워 넣어도 제품으로 치기 때문에 알맹이 없이 포장만 키울 수 있다.

선물세트 중에는 참치캔처럼 내용물이 꽉 찬 경우는 상관없었으나 과자처럼 이미 충전기준(포장재 대비 내용물 80%)이 있는 제품도 선물세트가 되는 순간 종합제품 기준이 추가로 적용된다. 봉지과자가 8개 들어 있는 선물 포장팩은 부피는 한 아름이었으나 가벼워서 공기주머니처럼 느껴졌다. 이 역시 기준 위반이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변신로봇 장난감과 조립블록은 안이 보이지 않아 구청 공무원과 기자가 두 손에 들고 흔들면서 무게감으로 어림짐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단속의 어려움과 느슨한 규정 때문에 지자체와 한국환경공단이 명절 때마다 단속에 나서지만 실제 적발 사례는 극소수에 그친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가 2만429개 의심제품을 점검했으나 위반 건수는 243건으로 위반율이 1.2% 수준이었다. 실제로 과대포장 실태는 만연하지만 꼼수 때문에 적발은 쉽지 않았다.

너무 적은 과태료가 과대포장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법에 규정된 포장 기준을 지키지 않거나 포장방법·포장재질에 관한 검사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회 이상 적발될 경우에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제품 포장 개선을 위한 포장 교육도 시킨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포장도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도록 인식을 개선하고 명절에 대형마트 중심으로만 단속하는 것 외에도 상시적인 감시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증정품#꼼수#과대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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