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세탁기분쟁, 한국이 최종 승소… 美 보호무역 제동

WTO “美 반덤핑관세, 협정 위반” 삼성-LG 북미지역 수출에 청신호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벌어진 미국과의 세탁기 반덤핑 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이번 승소 판정으로 미국 내에서 한국 세탁기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7일(현지 시간) 한국산 세탁기를 대상으로 미국이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반덤핑 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패널(1심에 해당) 판정을 그대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분쟁은 2011년 미국의 최대 쇼핑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네 번째 금요일) 때 삼성과 LG가 세탁기를 할인 판매한 것을 미국 측이 문제 삼으면서 발생했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LG의 할인 판매를 정상적인 할인이 아닌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가격을 크게 낮춰 파는 ‘표적 덤핑’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또 이를 근거로 ‘제로잉’ 방식을 통해 삼성과 LG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제로잉이란 LG·삼성 제품의 미국 판매가가 한국 내수가격보다 쌀 때 생기는 덤핑 마진은 그대로 두고, 반대의 경우는 무시해(0으로 처리) 덤핑 마진을 부풀리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방법으로 삼성과 LG 세탁기에 대해 9.29∼13.0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며 2013년 8월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이어 올해 3월 1차 심리에 해당하는 WTO 패널 판정에서 승소했으며, 이번 상소심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WTO 상소기구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삼성과 LG가 세탁기를 할인 판매한 것에 대해 미국이 표적 덤핑으로 판단한 것과 제로잉 방식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 모두 WTO 협정에 위반된다고 판정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되던 관세가 낮아져 수출 가격이 최대 13%까지 싸지게 됐다. 삼성과 LG는 세탁기 수출 가격이 싸진 만큼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루자=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