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 겸용 에어컨… 노래방 기능 TV…
모스크바 근교 생산공장 준공 10주년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관심 높아… LG측 “유럽시장 공략 전초기지”
5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86km 떨어진 루자 지역에 위치한 LG전자 생산법인 곳곳에 빨간색 풍선이 걸렸다. 한국 기업으로는 첫 번째로 러시아에 가전공장을 준공한 지 꼭 10년째를 맞는 ‘생일날’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LG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루자 공장을 바탕으로 철저히 러시아 생활패턴에 맞춘 제품을 생산한 결과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LG전자 냉난방 겸용 에어컨은 35도에 이르는 뜨거운 여름과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을 동시에 고려했다. 노래방 기능을 접목한 TV는 러시아 국민이 술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가옥 구조가 좁고 화장실에 세탁기를 놓는다는 생활패턴을 고려한 슬림형 드럼세탁기 등도 LG전자의 대표 히트 상품이다.
러시아 최대 가전유통업체 엠비디오 매장에서 만난 판매원은 “대체로 러시아 국민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아 가전제품을 살 때도 최우선 순위가 품질”이라며 “여러 해외 브랜드 중 LG전자 제품은 품질이 확실하다는 인식이 높아 러시아 고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의 경우 본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기 전이지만 시그니처TV 등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적지 않다.
LG전자는 러시아 루자 공장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러시아 시장 선점, 그리고 장기적으로 루자 공장을 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루자 공장은 싼 인건비 등을 고려해 중국이나 베트남에 짓는 공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루자 공장은 8만3000m²(약 2만5000평) 규모의 부지에 연간 TV 50만 대, 세탁기 70만 대, 냉장고 2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10%는 동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송대현 LG전자 러시아 법인장(부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러시아 환율위기 등 러시아 경제가 크게 흔들렸을 때도 LG전자는 생산라인 투자를 지속했다”며 “이것이 러시아에서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면에서 인정받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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